"재택근무를 하니 출퇴근 시간이 사라져 업무능률이 올라요. 하지만 '집에서 논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신경이 쓰이네요." 서울시 법무담당관실 박숙희 주임(33)은 재택근무 3개월간을 이렇게 평가했다. 박씨는 서울시가 전국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지난 5월27일부터 시범실시한 재택근무 대상 34명 중 한 명.1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집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시청으로 출근한다. 목요일인 지난 29일.인천시 남구 용현동에 사는 박씨는 오전 7시에 눈을 떴다. 같은 서울시 공무원인 남편 이기호씨(36)보다 한 시간 더 아침 잠을 즐겼다. 초등학교 1학년인 맏딸 유연이(8)를 학교에 보내고 두살배기 딸 호연이를 집 근처 친정에 맡기고 돌아오니 오전 8시30분.박씨는 "재택근무 이후 무엇보다 출퇴근으로 허비하는 4시간을 절약하니 하루가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오전 9시.노트북 PC를 켜고 일을 시작했다. 마우스엔 지문인식시스템이 달려 있어 박씨만 쓸 수 있다. 일하다 싫증이 나면 소파에 앉아 쉬거나 음악을 듣고 기분전환을 한다. 집에서 정장 대신 간편한 옷차림으로 일하는 것도 여성으로선 재택근무의 큰 장점. 박씨는 "시청에선 정해진 시간에 딱딱 맞춰 일하고 하루 30∼40통의 민원전화에 시달리지만 집에선 일에만 전념하니 업무능률이 훨씬 더 오른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시청에서 1주일 이상 걸리는 업무를 집에선 단 이틀 만에 끝낸 적도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박씨에겐 재택근무가 낫다. 인센티브 차원의 야근수당이 하루 1만5천원(3시간분) 정도 늘었다. 하루 7천원 쓰던 출퇴근 교통비도 아낄 수 있다. 박씨는 처음 재택근무를 권유받았을 때는 머뭇거렸다. 재택근무자란 이유로 성과금 지급이나 승진 평가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박씨는 그래서 집에서 일할 때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해야 한다는 공무원 복무규정을 철저히 지킨다. 아이를 친정에 맡기는 것도 일에 방해될까봐서다. 박씨는 "재택근무를 계속하고 싶지만 만약 불이익이 있다면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택근무 대상 공무원 34명 중 일부는 이런 걱정으로 재택근무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공무원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대상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