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유로화로 결제하는 비율이 급상승하면서 유럽 지역과의 교역 비중이 큰 전자 기계 등 제조업 분야의 기업 수익이 유로화 변동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유로화 결제 비율은 2000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6.1% 수준에 머물렀으나 금년 상반기에는 8.5%로 껑충 뛰었다. 미국경제 난조와 외환시장 불안으로 엔·달러 환율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유로화 결제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유로화 결제는 비율이 달러에 비해 크게 뒤지지만 수출로 받은 대금을 원자재 구입 등에 사용하지 못하고 엔화로 바로 환전하고 있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부라더공업의 경우 달러화 결제 거래의 90% 이상을 자재 대금으로 치르면서 달러·엔화 환전 규모를 축소하고 있으나 유로화는 수출 대금의 거의 전액을 엔화로 바꾸고 있다. 도시바는 올 한햇동안 달러·엔화 교환 규모를 2년 전보다 무려 10억달러 적은 13억달러까지 낮출 계획이다. 반면 유로·엔화 환전은 10억유로에서 18억유로로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엔화로 환산한 환전 규모는 달러가 약 1천6백억엔,유로가 2천억엔 이상으로 추산돼 기업 수익에 미치는 영향에서 유로화가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익 규모가 유로화 변동에 좌우될 가능성이 부쩍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은 유로 가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계 신탁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장개입 후 지금은 환율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통화당국은 엔·달러뿐 아니라 엔·유로 시세에도 주의를 늦추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유로가 일본 경제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급속도로 커졌음을 뒷받침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