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하우스(소규모 직접제조) 맥주전문점 '옥토버훼스트'. 저녁 6시부터 모여든 사람들로 60여개의 테이블에 빈 곳이 없었다. 매장 한쪽에는 맥주를 만드는 황동색 가마가 있어 마치 맥주공장에 온 느낌.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맥주의 특이한 맛과 향에 사람들 모두 흠뻑 빠져들었다. 처음 이 곳을 찾았다는 홍경희씨(27)는 "맥주가 무척 맛있어서 이러다 취하지나 않을까 걱정이에요"라며 맥주맛에 반했다고 말했다. 맥주 개성시대를 예고하며 새롭게 등장한 '소규모 맥주제조장(마이크로 브루어리)'들이 독특한 맥주맛으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 브루어리'란 소규모 맥주생산 설비를 갖추고 직접 만들어 파는 맥주전문점.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맥주는 열처리와 여과작용을 거치지 않아 맥주의 깊은 맛을 내는 효모가 살아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비해 현재 시판되고 있는 병맥주는 대량생산 과정에서 열처리를 통해 효모를 모두 없애고 기존의 생맥주도 여과작용을 통해 효모를 모두 걸러낸다. 마이크로 브루어리 맥주의 5백㏄ 한 잔당 가격은 5천~6천원 정도. 일반맥주보다는 다소 비싼 편이다. 생산 규모가 연간 60∼3백㎘로 60㎘를 생산할 경우 하루 3백28잔 밖에 못만들고 초기투자비용(제조장비구입 6억원)이 많이 드는 이유에서다. 백경학 옥토버훼스트 사장(38)은 "연간 3조원에 달하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그러나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개장 첫달에 기대 이상의 순이익을 남겼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브루어리 맥주를 맛본 손님들도 대만족.옥토버훼스트측은 흑맥주인 '둥클레스비어',맛과 향이 진한 '필스비어',밀맥주인 '바이스비어' 등 이름도 생소한 정통 독일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또 송아지 고기로 만든 '빌 소시지',독일식 돼지족발구이(슈바이네 학센) 등 맛깔스러운 유럽풍 요리도 손님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홍순관씨(27)는 "맥주맛이 너무 좋아 고급와인을 마시는 것같은 느낌"이라며 "앞으로 이 곳의 단골손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백경학 사장은 "옛날 시골마다 있던 막걸리 양조장처럼 이제 맛과 품질이 다른 '아무개 집'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똑같은 맥주를 거부하는 직장인들과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브루어리는 지난 2월 주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맥주시장 규제가 풀리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현재 서울 강남의 옥토버훼스트와 삼성동에 있는 조선호텔 직영 '오킴스 브로이하우스'(코엑스 컨벤션센터 1층)를 비롯 대구 아리아나브로이,경남 양산의 '늘함께',광주의 '코리아브루하우스'등 5곳이 영업중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