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단지 전체를 개보수하는 서울 마포구 '용강시범아파트' 리모델링공사가 14일 착공되면서 아파트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의 하나로 강남지역 아파트값을 주도해 온 재건축을 엄격히 규제하는 대신 리모델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완화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리모델링사업 여건은 좋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아파트 단지 전체 리모델링공사가 가시화된 곳은 용강시범아파트를 비롯 방배동 삼호아파트14동,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65동 정도가 고작이다.


시세차익을 먼저 생각하는 입주자들의 인식이 리모델링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왜 재건축을 선호하나=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큰 돈 들이지 않고 평수를 늘려 새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 퍼져있다.


여기에다 재건축을 하면 어느 정도의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었던 게 그동안의 시장 상황이다.


대지지분과 용적률을 따져보면 내 아파트가 어느 정도 늘어나는지를 알 수 있고 주변아파트 시세를 따져보면 재건축 이후의 가격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리모델링은 내 집을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을 전적으로 집소유주가 부담해야 된다.


게다가 아직까지 아파트 전체를 리모델링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 공사 이후의 집값상승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수요자들의 일반적인 심리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비용은=거의 비슷하다.


리모델링 비용은 재건축의 60%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공사내용을 따져보면 엇비슷하다는 게 리모델링 실무자들의 설명이다.


리모델링을 할 때는 재건축에서처럼 골조를 올리는 공사는 없지만 대신 구조를 보강해야 하고 일부 허물어진 벽체를 메워야 하는 등 잔공사들이 많다.


실내를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리모델링 비용이 재건축 비용보다 많거나 적을 수 있다.


다만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다.


아파트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년 정도다.


반면 재건축공사는 최소한 2년 이상 걸린다.


여기에다 인허가 기간을 합치면 재건축기간은 3∼5년을 훌쩍 넘기게 된다.


입주민들이 재건축에 동의한 지 10년이 넘어도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는 아파트들이 있다.


수요자들 입장에선 공사기간이 짧으면 그만큼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리모델링을 할 경우 오래된 조경도 보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의 돈으로 내집을 짓겠다는 인식만 바뀌어도 리모델링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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