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유럽에서 자녀를 키워본 사람들은 학교와 지역도서관의 풍부한 자료 및 편리한 이용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특정사항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제기된 문제에 대해 직접 자료를 찾아 공부하는 동안 창의적 사고를 키우도록 하는 서양교육의 바탕에 도서관이 있음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고대 이집트 람세스 3세의 궁전에 '영혼의 요양소'라고 적힌 곳이 있었다고 하거니와 도서관이란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된 다양한 자료를 접하면서 조사 연구하고 교양을 쌓음으로써 지식을 쌓고 영혼을 살찌우는 곳이다. 도서관의 수나 장서의 양이 국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도서관은 절대수가 부족하고 자료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공공도서관 한곳당 인구 수만 봐도 영국은 1만9백여명, 미국은 2만6천여명,일본은 4만8천여명인데 비해 우리는 일본의 두배가 넘는 11만여명이나 된다. 1인당 장서 수 또한 미국은 2.59권이고 영국 2.25권,일본 2.19권이지만 우리는 0.56권에 불과하다. 더욱이 공공도서관의 예산 중 자료구입비가 12%밖에 안돼 신간의 28%를 겨우 구입하는 정도다. 학교도서관의 도서구입비 또한 평균 3백60만원이고 그 결과 장서의 40%가 한글맞춤법 개정(88년) 이전 자료인 형편이다. 문화관광부가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은 것은 어떻게든 이런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내용도 내년부터 2011년까지 총 2조5천억원을 투입, 공공도서관과 대학 및 전문ㆍ특수도서관의 네트워크화를 촉진하고 공공도서관의 자료구입비를 예산의 20%까지 확대한다는 등 상당히 구체적이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도서관을 21세기 한국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곳으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시험공부방쯤으로 여겨지는 인식을 바꾸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자면 건물을 짓거나 고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유용한 자료를 늘리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게 연계시키는 일이 훨씬 급하다. 어린이와 신체장애자를 위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