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대금업 진출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겁다. 정부는 일단 은행이 자회사 형태로 대금업에 진출할 경우 허용해 준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들이 하루 걸러 "이달 중 금감위에서 은행의 대금업 진출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운을 떼고 있다.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다수 의견으로 은행의 대금업 진출을 허용하되 개별 은행들의 신청이 있을 때는 자산건전성 위주의 인가기준으로 엄격히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나 2금융권에서의 반론이 만만챦다. 금감위도 이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 끝에 두차례나 회의를 연기시켰다. 금감위는 오는 12일 간담회에 이어 23일 정례회의 때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민간위원들이 반대 입장이어서 과연 허용하는 결론을 낼지는 미지수다. 국민 한미 신한 기업 등 대금업을 추진중인 은행들은 사태추이를 숨죽이고 관망하고 있다. ◆ '순기능도 많다' 정부가 은행에 대금업 진출을 허용하려는 근거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저(低)신용자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 △외국계 금융회사와의 형평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 등이 그것이다. 은행들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20∼40%의 대출금리를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용카드(연 15∼24%)나 상호저축은행(연 25∼60%)과 경합할 수 있는 금리다. 할부금융(8∼22%)과도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정부는 은행이 자본력을 앞세워 대금업에 진출할 경우 시장에서 금리인하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또 사채시장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신용불량자들을 상당수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은 '니치마켓'(틈새시장)에서의 수익을, 정부는 서민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달 4일부터 국내에서 대금업을 시작한 미국 씨티그룹과의 형평성 문제도 걸려있다. 외국 금융회사는 진작 시장에 진출, 선점 효과를 누리는 데 국내 은행들은 규제에 걸려 '눈뜨고 시장을 빼앗기게' 놔둘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밖에도 금융회사의 수익사업 진출을 막을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은행이 대금업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금융지주회사의 시너지를 십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또 다른 부실요인 될 수도 시민단체나 일부 금융업계에선 대금업에 진출하려는 은행과 이를 허용하려는 정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은행권이 리스(시설대여업) 할부금융 등 소위 '돈되는 사업'이라고 뛰어들었다가 대규모 부실을 일으켜 공적자금을 받은게 엇그제인데 또 다시 고(高)리스크 사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은행의 '문어발식 경영'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 '가계대출 폭증'에 대처한다면서 은행에도 대금업을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은행 여유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장기 방안을 내놓으면서 또 대출로 굴릴 수 있도록 대금업을 허용한다는 것도 앞뒤가 안맞는다"고 말했다. 금감위의 한 민간위원은 "은행의 수익사업 진출은 이해되지만 이미 할부금융이나 신용카드, 상호저축은행이 진출해 있는 시장에 과다경쟁을 일으켜 부실 원인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고질적인 내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자리 만들기용으로 대금업에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상호저축은행 할부금융 등은 은행의 대금업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출심사 기법 개발 등 대응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사채 이자를 연 70% 이내로 제한할 대부업법 시행(예정)도 사채업자들의 제도권 유입으로 경쟁을 유도할 것으로 보여 이들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