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구멍뚫린 보호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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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들이 '머니게임'에만 신경을 쓰는 데 뭘 믿고 투자하라는 말입니까."
코스닥시장에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예약매매'소식을 다시 접한 투자자의 반응이다.
등록후 2년 동안 장내 매각이 금지된 지분을 대주주가 미리 돈을 받고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게 바로 예약매매.
경영권만 '찜'해놓은 뒤 실제 지분은 보호예수가 해제될 때마다 넘겨받는 식으로 매각해 돈을 챙기는 셈이다.
지난 7월 텔넷아이티 시그마텔레콤 등이 이런 식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달 7일에도 드림원의 대표이사가 예약매매를 통해 지분을 팔아 치웠다.
예약매매는 언뜻 대주주만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외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주주의 대규모 물량출회를 막는다는 보호예수의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하지만 등록후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애초부터 경영의지가 없다는 증거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예약매매가 일반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후 1,2년된 기업은 공모자금 등으로 보유현금이 풍부해 M&A(기업인수·합병)의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다.
주식을 보다 비싸게 팔기 위해 등록후 M&A에만 골몰하는 대주주가 많다.
그러나 코스닥위원회는 "투자자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사적계약 자체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방안이 사전공시를 강화해 투자자 판단을 돕겠다는 것.이는 예약매매 자체를 용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라는 비판만으로 지분을 팔려는 대주주의 '주주 배신행위'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M&A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감독이 필요하다.
일부 기업의 경우 장외기업의 영업양수라는 편법을 통해 사실상 우회등록을 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단 M&A를 통해 주가를 띄운 뒤 지분을 처분할 경우 보호예수는 허울 좋은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머니게임에만 골몰하는 대주주가 늘어날수록 코스닥시장의 밑동은 점점 썩어들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양준영 증권부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