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시장경제로 발 내디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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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은둔 국가인 북한이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자들을 평양에 파견,북한 변화의 실상을 직접 확인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임금과 물가를 대폭 인상했다.
무료로 배급해온 쌀값의 경우 4백배 정도 올랐고 경유값은 40배,전기요금은 60배나 뛰었다.
기업소 탄광 등 20여개 부문의 노동자 임금도 생필품가격에 맞춰 인상됐다.
북한 주민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를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양 근교의 태감협동농장위원회 박재홍 부위원장은 "돼지고기 값이 ㎏당 14원에서 1백10원으로,토마토는 지금보다 4배 올랐다"며 "농부들에게 지급되는 몫도 수확량에 따라 연간 약 3천원에서 3만원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농민들은 쌀보다 시장판매가 가능한 계란생산에 더 열중했으나 이제부터는 논과 밭에서 땀을 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개혁'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사회주의국가인 북한이 자본주의를 향해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The world's last Stalinist state has embraced Adam Smith).
북한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생필품가격을 조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경제를 향한 첫 발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조치로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선 생필품의 공급원인 농민시장을 더 활성화시켜 물품 공급지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왕성한 수요에도 불구,물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주의국가들이 개혁초기에 겪은 상상을 초월한 인플레이션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기업 허용 등 공업분야도 자본주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북한의 지도자들은 그들 앞에 놓인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깨닫고 그 해결책이 시장경제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이같은 근거로 북한은 외국기업에 제한적으로 개방을 허용했고 평양시내에는 인터넷카페도 출현했다.
특히 과거 단파 라디오 소지조차 불허해온 북한이 멀지 않아 주민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 관리들은 앞으로 사기업을 적극 권장할 것인지,개별 농가들에 이윤목적의 경작지를 보다 많이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방침을 밝혀야 한다.
또 외부의 대규모 투자도 끌어와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상태로 인해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경제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형 경제개혁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1978년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이후 꾸준히 개혁을 지속,현재는 시장경제국가가 됐다.
25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온 김정일 위원장이 현명한 지도자라면 자발적으로 경제개혁을 단행한 중국식 모델을 택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개혁을 거부하고 몰락한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정권이 될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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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 커버스토리인 '열려라 참깨(Open sesam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