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들이 모이는 미국 LPGA투어가 한국 선수들의 '앞마당'이 돼가고 있다. 미국 진출 후 15승을 올리며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세리(25·테일러메이드)를 필두로 김미현(25·KTF) 박지은(23) 박희정(22·CJ39쇼핑) 한희원(24·휠라코리아) 등이 거의 매주 우승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3주 연속 우승이란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스웨덴 호주와 더불어 미 투어에서 '외인 3군단'을 이루고 있다. 5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타탄필즈GC(파72). 투어 웬디스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시작 전 김미현은 다니엘 아마카페인보다 3타,한희원보다는 4타 앞서 있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준비하느라 상금랭킹 '톱10' 중 7명이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미현의 우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더욱이 2주 전 같은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자이언트 이글클래식에서 근 2년만에 우승 감격을 맛보았기 때문에 컨디션도 좋았다. 김을 추격하던 아마카페인이 최종일 1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탈락했다. 우승 경쟁은 김미현과 한희원으로 좁혀졌다. 16번홀까지 김이 3타 앞서 우승컵은 김의 몫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아일랜드 그린인 17번홀(1백48야드)에서 승부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김의 5번 아이언 티샷이 짧아 워터 해저드에 빠진 것. 경기위원회 결정에 따라 김은 '드롭존'이 아닌 티잉그라운드에서 3타째를 쳤고 결국 더블보기를 범했다. 두 선수의 타수차가 1타로 좁혀졌다. 18번홀(3백93야드). 여기서도 희비가 갈릴 뻔했다. 김의 티샷은 페어웨이 한복판,한의 티샷은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한의 세컨드샷은 그린에 올라갔으나 2단그린 아래쪽. 홀까지는 약 13.5m. 그 반면 김의 세컨드샷은 그린을 넘어 갤러리석 근처까지 날아갔다. 홀까지는 내리막이어서 위기였다. 김은 그러나 그 피치샷을 홀 1m 지점에 붙였다. 한의 긴 버디퍼트가 실패하자 김은 승리를 확신한 듯 파세이브 퍼트를 성공,우승컵을 안았다. 김미현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 99년 데뷔 이후 통산 5승째를 올렸다. 시즌 상금은 83만7천1백47달러로 박세리에 이어 이 부문 4위가 됐다. 또 미국 진출 후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했던 2000년 총상금(82만5천여달러)을 이미 초과,처음으로 한 시즌 상금 1백만달러 돌파도 기대된다. 한희원은 이날 2언더파 70타 합계 7언더파 2백9타로 단독 2위. 지난주 빅애플클래식 연장전에서 박희정에게 무릎을 꿇은 데 이어 2주 연속 2위에 머물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