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한국기업들에 '유럽진출의 전진기지'다. 유럽의 관문으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네덜란드는 유럽 대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물류 기지로서의 장점이 그만큼 크다. 하지만 단순히 지리적 이점만 있다고 해서 베이스 캠프가 차려지진 않는다. 뭔가 다른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이 고품질 제품으로 경쟁하게 되면서 네덜란드는 소득수준이 높은 유럽시장의 테스트베드(시험장)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물류는 기본 =현재 네덜란드엔 40여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다. 삼성과 LG 대우 대한항공 현대상선 현대엔진 한국타이어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이 거의 다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덜란드 인구가 1천5백만명이란 점을 볼 때 우리 기업 진출 수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러나 최종 목표를 네덜란드가 아닌 유럽 전체로 보면 수긍이 간다. 네덜란드를 유럽연합(EU) 전체 시장 관문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물류기지로서의 네덜란드를 선두에서 공략하고 있는 회사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조양상선. 이 세 회사는 공동 연합체를 형성,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수출입 물량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다.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극동 3편, 북대서양과 중동행 각각 1편씩 주당 5편의 운항 스케줄을 갖고 있다. 한진해운의 박형순 상무는 "연 66만t 이상의 컨테이너를 나르기 때문에 우리 연합체가 로테르담 터미널에서 두번째로 큰 고객"이라며 "수출량이 갈수록 늘고 있어 네덜란드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α'로 활용하라 =네덜란드는 시장 자체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자체 인구는 적지만 소득 수준이 높기 때문에 구매력이 상당하다. 게다가 실리적인 네덜란드 사람들의 성격탓에 가격과 제품의 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네덜란드를 시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네덜란드 판매법인인 SEBN의 김동현 상무는 "월풀 소니 등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이곳에 제품을 쏟아내기 때문에 가격과 질 양면에서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대신 알려지지 않은 상품도 경쟁력이 있으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영토가 작고 매체가 발달한 탓에 제품의 성공 여부가 비교적 빨리 판가름나는 것도 네덜란드 시장이 갖고 있는 이점"이라며 "6개월이면 승산 여부가 결정나 진출한 한국업체들은 유럽시장의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도 네덜란드를 통해 공산품뿐 아니라 농수산물의 수출입 업무를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코르 반 더 린덴 이사는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은 네덜란드의 발달된 화훼 및 낙농기술을 수입하는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에는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암스테르담=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