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등록된 주부판매사원은 전국에 걸쳐 12만명에 이른다. 이중 매달 판매실적을 꾸준히 내는 인원은 1만명 정도. 이들이 연간 판매하는 냉장고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액수는 5천억원으로 웬만한 중견기업의 매출과 맞먹는다. 삼성전자가 할인점에 납품하는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LG전자도 등록된 판매사원 1만명중 활동인원은 3천여명 수준이다. 연간 국내매출의 10%를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움직이는 대리점,아줌마 부대=삼성전자에서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거둔 판매왕은 최인숙(40)주부로 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씨는 전년도에 자신이 세운 25억원의 기록을 갱신,주부판매왕 2연패를 달성했다. LG전자에서는 3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김정애(46세) 주부가 판매왕으로 선정됐다. 이들의 판매액은 서울의 목좋은 대리점을 능가한다. 만도공조의 지난해 주부판매왕 이항애씨가 지난해 팔아치운 제품은 금액으로 13억원이 넘는다. 김치냉장고 딤채가 7백50대,위니아에어컨은 3백55대에 달한다. 하루 평균 딤채 2대,위니아 에어컨 1대씩을 판 셈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주부판매사원들은 단순한 판매창구를 넘어서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다. 특히 주부들이 "입심"으로 뿜어내는 구전마케팅 효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데 더 없이 좋은 무기다. 특히 수요가 한정돼 있어 TV나 신문광고를 할 수 없는 제품판매가 부녀판매사원의 몫이다. 삼성전자 국내마케팅팀의 박세근 부장은 "김치냉장고나 어린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삶는 세탁기의 경우 아줌마들의 입소문이 판매에 무시못할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했다. 주부판매사원은 취약한 유통대리점을 대신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만도공조 관계자는 "전국적인 직영대리점 체제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도 지난해 5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주부판매사원들이 "입소문 전령사"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출액 이상의 홍보활동으로 브랜드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다. 억대 연봉의 노하우=주부판매사원이 회사로부터 받는 돈은 판매금액의 5% 수준에서 책정되는 수당이 전부다. 정식직원이 아닌 만큼 기본급은 아예 없다. 철저히 판 만큼 번다. 억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20억원어치의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가제품이나 판매금액이 억대가 넘어가면 7%정도까지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억대 연봉을 받는 주부판매사원은 10여명 안팎. LG전자도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1년간 판매실적이 없으면 자동으로 판매사원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년 1만명이 삭제되고 1만명이 추가로 들어온다. 판매왕들의 공통점은 "고객"에서 시작해 적극적인 판매원으로 변신했다는 점. 스스로 자기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제품안내 요령과 판매기법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필수조건. 판매경력 5년째인 이씨는 "저를 통해 딤채와 에어컨을 구매한 고객들이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줘 성수기였던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은 매일 10통 이상의 딤채 주문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철저한 고객관리 역시 기본. 이씨의 경우 개인홈페이지까지 개설해 영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5년간 자신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한 고객리스트 5천여명을 정리해 가정대소사까지 챙겨주고 있다. LG관계자는 "대개 실적이 좋은 주부판매사원들이 보험설계사로 전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발군의 실적을 기록하는 것도 바로 몸에 밴 고객서비스 정신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