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업종 대표주' (2)] 금융株 주도 '가을 큰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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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증시가 혼조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오는 가을 무렵 유동성 랠리가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다소 무관하게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금융장세가 전개될 것이란 예상이다.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에는 IPO(기업공개), 유상증자,정부지분매각 등 증시자금을 흡수하는 규모가 상반기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데다 외국인의 매수세도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오는 9~12월중 한차례 유동성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캐탈투자자문의 이남우 대표도 "미국 증시가 안정을 찾으면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아시아시장, 특히 한국시장으로 외국인 주식매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경우 최대 수혜주는 단연 금융주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외국인 매수세로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때 금융주의 상승률이 단연 돋보였다.
특히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업종은 최근 증시침체기를 거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 때문에 '낙폭과대'란 가격 메리트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적절한 모멘텀(계기)만 주어지면 금융주가 한차례 큰 시세를 낼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은행 =은행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은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재무건전성을 갖춘 국내 은행들이 올 연말이나 내년초 리레이팅(re-rating:재평가)될 것"이라며 은행주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SSB는 최근 은행주 약세는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등 규제와 지난 2.4분기 실적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된 원인이며 이같은 우려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하반기에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망종목으로 하나 국민 한미 신한지주 등을 꼽았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재무건전성 강화조치를 내렸다.
자기자본비율을 6% 이상으로 높이고 정상여신에 대한 충당금적립비율을 0.5%에서 0.75%로 올리도록 한 것.
이에 따라 은행이 증자를 하거나 배당을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증권 이승주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재무안전성을 높일 전망"이라며 비중확대 의견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화증권 임일성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은행주의 실적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해외증시가 안정을 찾으면 은행주가 다시 주목받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은행이 해외은행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투자매력으로 꼽힌다.
대한투신증권 배정현 연구위원은 "국민 신한 하나 한미 등 4개 은행의 평균 ROE는 22.5%로 영국(19.2%) 미국(17.1%) 홍콩(19.8%) 등에 비해 수익성 지표가 높다"면서 은행주를 재평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행 매각 등 은행권의 2차 합병도 은행주 상승의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증권 =지난 4월말 이후 지속된 조정장세의 최대 피해주는 증권주다.
지난 4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조8천억원이었다.
그러나 증시침체 여파로 지난 6월에는 3조2천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주 수입원인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이 감소한데 따라 증권사의 1.4분기(4~6월) 실적이 악화됐다.
또 주가하락으로 상품주식에서도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44개 증권사의 1분기 세전이익은 모두 9백9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8% 감소했다.
그러나 7월들어 거래대금이 서서히 회복추세다.
7월15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월보다 23% 증가한 4조2천억원대다.
국내 증시여건 회복으로 증권사의 실적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SK증권 백영찬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5조원에 이를 경우 증권사의 영업수익은 전년대비 80%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지배력이 높고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다원화돼 있는 대형사의 경우 실적호전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주의 오랜 부담이었던 부실채권(대우채가 포함된 수익증권 및 후순위채 등) 문제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지난해 결산(2002년 3월)에서 비용처리, 부실자산에 따른 부담이 크게 줄었다.
물밑작업이 한창인 증권사간 M&A(인수합병), 은행의 증권사 인수 등이 가시화될 경우 시장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카드.캐피털 =카드업종 주가는 현금서비스 비중제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등 정부규제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난 4월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LG카드와 외환카드의 경우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SK와 롯데그룹의 카드사업 진출로 향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백운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부정적인 재료들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주가 약세는 좋은 매수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용카드사들은 국내 금융업종 가운데 최고의 수익성(30%대의 ROE)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은캐피탈 KTB네트워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산은캐피탈은 KTB에 이어 벤처캐피털 업계 2위 자리를 확고히 구축한데 이어 카드사업에 신규 진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하반기 IT(정보기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KTB네트워크는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