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외국인 매도공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큰 폭 하락했다. 종합지수는 700선을 내놓았고 코스닥지수는 58선으로 미끄러졌다. 26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5.68포인트, 3.55% 급락한 697.84에 거래를 마쳐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합지수가 700선을 하회하기는 지난해 12월 28일 693.70을 기록한 이래 거의 7개월만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외국인 매도세에 눌려 맥을 추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60선과 59선을 차례로 반납한 뒤 전날보다 1.90포인트, 3.15% 낮은 58.33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수요일 뉴욕증시가 반도체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 하락한 가운데 외국인이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면서 속절없이 미끄러져 내렸다. 외국인은 700선 부근에서 매도주문을 거두곤 하던 최근 경향과 달리 지속적으로 저점 매도에 나서며 수급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뉴욕증시 하락에 따른 환매요구와 환매자금 준비를 위해 일정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증시는 이 같은 수급악화와 더불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급락, 반도체 현물 가격 하락, 휴맥스의 유럽지역 라이선스 취소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반등시도를 무색케 했다. 시장에서는 종합지수 700선이 무너져 내림에 따라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시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뉴욕증시와 더불어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섣부른 예측이나 전망으로 매매에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뉴욕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심상치 않은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존에 설정한 박스권을 다소 낮추고 저점 매수 시기를 늦추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날 증시는 코스닥 제약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이 무차별적인 약세를 보였다. 전기전자, 통신, 반도체, 디지털컨텐츠 등 기술주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삼성전자가 5.6% 급락하며 32만원선 아래로 떨어졌고 하이닉스가 하한가로 추락했다. 아남반도체, 주성엔지니어, 케이씨텍 등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했다. SK텔레콤은 해외DR과 EB발행을 통한 그룹내 지분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5.24% 속락했다. KTF, 하나로통신, LG텔레콤, KT 등 통신주가 동반 하락했다. 코스닥시장 대표 기술주인 휴맥스는 유럽지역주요 라이선스인 바이액세스 방식 라이선스가 전격 취소됐다는 소식에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반면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기륭전자는 상한가에 올랐다. 이밖에 현대차, 국민은행, 우리금융, LG전자, LG카드, 강원랜드, SBS, LG홈쇼핑 등 지수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음은 실적공개를 맞아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유일하게 강보합권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마크로젠, 대성미생물, 벤트리 등 생명공학주는 이틀째 급등세를 지속했다. 외국인이 9일 연속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3,333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2,910억원을 순매수하며 추가하락을 저지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며 481억원을 사들였다. 프로그램 매매는 매수가 1,866억원 유입됐고 매도가 1,914억원 출회됐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264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3억원, 115억원 어치 내놓은 물량 소화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의 불안한 움직임으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 따른 수급악화로 700선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주 말 뉴욕증시가 바닥권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추가 하락이나 반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당분간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인 만큼 시장안정을 확인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