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 전날 기관의 프로그램 매물에다 외국인 매물까지 겹치며 급락한 증시는 미국 시장 급등을 배경으로 다시 기술적 반등시도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나 일단 단기 대응에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객예탁금이 지난 10일 이래 2주만에 10조원 밑으로 줄어 수급 불안이 여전하다. 반도체 현물가도 하락세를 지속하며 D램 수요 공백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측을 불렀다. 전날 환율은 1.170원대 부근에서의 단기 바닥 심리를 엿보였다. 장중 혼조세를 보이다 일본 국책은행의 적극 개입에 따른 엔화 강세와 연동하며 소폭 상승 마감했다. 프로그램 차익잔고가 다시 바닥수준으로 떨어졌고 정통부 자금 1,000억원의 투신권 유입으로 전저점인 700선에 대한 지지 기대를 유지시키고 있다. ◆ 외국인 매도세 지속되나 = 24일 외국인의 매도세가 7일째 이어진 가운데 최근 매도강도가 한층 높아져 수급악화 우려를 한층 고조시켰다. 외국인은 전날 거래소에서 994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 1,2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주도했다. 미국 증시 급락으로 현지의 펀드 환매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지역 물량 처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변국으로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이는 미국 본토의 환매 요구에 따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외국인이 비교적 펀더멘털이 우수한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하기에는 아직 대안이 없어 이번 매도는 단기적 현상으로 보인다”며 “그간 샀던 부분을 처분하는 쪽으로 갈 수 있어 당분간 매물은 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로 전환했던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11일까지 총 7,22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12일부터의 순매도 규모가 4,800억원 정도라는 점에서 약 2,400억원 정도의 순매수 누적 물량이 대기중인 상황.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아시아계 펀드에 대한 비중축소 얘기가 들려오고 있어 외국인 매도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전날부터의 환율 강세가 이러한 청산에 따른 달러수요 증가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외국인 매도로 국내 증시는 당분간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펀드 환매 영향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주식 자산에 대한 평가가 끝난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며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지도 가늠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 700선 지지되나 = 미국 시장이 바닥을 모르는 추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700선 부근으로 다가갈 수록 매물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추가 급락 가능성을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시장이 조만간 안정을 되찾지 않을 겨우 시장 방향 자체의 차별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며 700선이 꼭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하라는 지적이 많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미국시장이 조만간 반등에 실패하면 700선이 잠시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 또 그 이후 상황개선이 안되면 지난 9월이후 상승폭의 2/3조정 수준인 650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700선에 대해 너무 시장 운명을 걸고 바라볼 필요는 없으며 일정수준까지 지수가 내려가면 하락이 저지되는 권역이 나올 것”이라며 “악재 반영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가 생기면서 점진적 매수기회가 주어지는 순간을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700선 부근에서 가격 모멘텀은 있지만 현재는 낙폭과대보다는 해외 불확실성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700선 지지력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추가급락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주식시장에 대한 전반적 기대수준이 내려가고 상승 반전에 소요되는 기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점이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아직 700선의 지지력을 감안할 때 이 지수대가 무너진다고 말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지금은 매도를 자제하고 700선 부근까지 하락할 경우 저가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