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德根 < KDI 국제정책대학원 통상법 교수 > 중국과의 마늘 교역 문제가 다시금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2000년 6월 마늘 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중국정부가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수입규제 조치로 맞대응하고 나온 데 이어 2001년 5월 중국산 마늘 수입에 대한 2만?의 저율관세 쿼터 중 절반에 해당하는 미수입분에 대해 중국이 또다시 폴리에틸렌과 휴대폰을 볼모로 수입을 강요한 바 있다. 이미 2001년 2차 마늘통상마찰 파동 때 저율관세 쿼터 수입의무에 대한 합의문 내용을 두고 협상내용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이제 2000년 6월에 부과된 세이프가드 조치 종결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 조치의 연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합의내용을 두고 대중국 통상협상 처리의 과실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협상과정과 결과의 처리에 대한 투명성 부족이다. 국가안보 문제가 아니라,우리 국민과 기업의 경제적 이해가 걸려 있는 통상협상의 결과물이 보도자료 수준의 공개에 그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통상협상의 결과물은 즉각적으로 전문(全文)이 인터넷이나 관보를 통해 알려지도록 돼 있어 다수 이해당사자들이 경제활동에 불필요한 불확실성 요인을 갖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즉 통상협상 성과의 신속하고 전면적인 공개를 통한 협상의 투명성 보장은 통상협상의 기본적 요소인 것이다. 한해 수입 총액이 1천5백만달러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마늘통상협상 내용이 영향을 미치는 경제인구를 따져 본다면 그 수는 막대하다. 이들로부터 그러한 협상내용을 2년 또는 3년간 비밀로 유지해야 할 실익이 과연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번 사태의 발단은 무척 유감스러운 면이 많다. 2001년 2차 마늘통상마찰에서도 드러나듯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힘겨루기'에서는 수입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세이프가드 조치 기간중에도 수입쿼터량 소진을 위한 의무수입이라는 희한한 교역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50배가 넘는 규모의 통상보복을 눈 앞에 둔 처지에서 하루 협상지연의 피해가 얼마라는 아우성이 남발하는 터에 사실 협상력 운운 하는 것부터가 어쩌면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교섭상대국의 부당한 요구를 국민에게 알리고,이에 대해 대내적으로는 합의와 설득으로,대외적으로는 국제규범과 논리로 대처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과 절차 어디에도 비공개와 비밀유지를 통한 협상성과의 왜곡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과는 더 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중국이 여태까지 발동한 19건의 반덤핑조치 중 15건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며,우리 또한 16건의 반덤핑조치 또는 조사진행사건 중 10건이 대만을 포함한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다. 앞으로 도하협상의 결과에 따라 시장개방이 더욱 진행되는 경우 양국 간 통상마찰은 교역증대만큼이나 증가하리라고 예상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과의 통상문제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실리에 따른 판단이건 일방적 압력에 대한 굴복이건 우리 정부가 이미 합의한 내용을 내부적인 처리문제를 들어 다시금 재협상하자는 주장은 약 2백억달러 규모의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우리의 향후 통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무역구조조정기금 등의 조성으로 피해부문에 대한 적절한 지원책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통상협상의 중요한 부분은 대내적 정책조율의 문제다. 통상협상은 기본적으로 그 결과가 항상 득(得)을 보는 부문과 실(失)을 보는 부문을 발생시키므로,국가경제 전체적 입장에서의 총체적인 대외협상과 더불어 대내적 이해조율과정이 반드시 수반되게 된다. 이러한 통상협상의 대내적 측면이 그 간 문제점을 갖는 부분으로 지적돼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균형 있는 통상협상체제를 구축하여 앞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될 도하협상과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반 자유무역협정들이 효율적이고 원만하게 수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dahn@kdischool.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