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상사원들과 공무원들은 서울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도쿄에 올 때마다 매우 바빠진다.


특히 지난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폐막식 무렵엔 더 그랬다.


정·관계는 물론 재계 스포츠계 등의 고위급 인사들 입국이 러시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첫 단추는 단연 공항영접 업무이지요.


혹시 결례라도 한다면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게 됩니다."


높은 분들을 맞이하게 되는 주재원들의 마음가짐은 조심스럽다.


입국심사 등을 마치고 공항 로비로 나올 때까지 불편이나 겪지 않을까 마음을 놓기 어렵다.


공항이 지정한 '귀빈실 이용 자격이 있는 고위 인사'는 별 걱정이 없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드나들 수 없는 공항 내부에서의 안내를 외부에 부탁할 수밖에 없다.


의지할 곳은 십중팔구 항공회사다.


부탁을 받은 항공회사 직원들의 일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손님이 '기분 좋게,어깨를 펴고' 부하직원 앞에 나타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짐을 들어주거나,입국심사를 신속히 끝낼 수 있도록 공항직원들에게 눈짓을 보내는 것도 해당된다.


윗분을 편히 모시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세심한 배려와 정성을 탓할 바가 못된다.


걱정은 이런 관행이 수십년째 이어지면서 주재원들과 항공사 직원들의 시간과 돈을 잡아먹고 있다는 데 있다.


"손님 한분 맞는 데 최소한 30분 이상 걸리니 반나절은 이 일에 매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한 항공사 직원은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도와드린다"면서도 말꼬리를 흐렸다.


"미국 유럽지역에서는 가방을 잘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도쿄만 오면 달라집니다.


일본에 오면 어깨가 절로 올라가는가 봐요."


구미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다 도쿄로 왔다는 한 주재원은 인사성 밝은 일본사회가 한국적 공항 영접 문화를 특수하게 만든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나카 쓰토무 자민당 전 간사장이 직행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오사카를 경유,서울로 들어갔던 일본사회에서 이 같은 편법과 줄 동원은 적어도 눈흘김 대상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