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han@suttong.co.kr 굳어버린 혀로 팝송을 주술마냥 읊어대던 때가 있었다. 심한 고문에 신음하는 고름섞인 비명같은 소리였으리라. 신세대 노래 한두곡 쯤은 거침없이 부를 수 있는 상사라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허황된 풍조가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오늘 난 '대전 블루스'를 불렀다. 그동안 시류에 민감했던 나 자신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기 때문이다. 요즈음도 학생들과 인터넷 메일을 주고 받는다. 그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샘 안냥하세염.승욱임돠.어케든 욜씨미 잼 있게 놀구 시포염(선생님 안녕하세요. 승욱입니다.어떻게해서든지 열심히 재미있게 놀고 싶어요)." 이건 신조어라기보다 망가진 우리말의 모습이다. 하지만 어색함을 무릅쓰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야만 했다. 그들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생각으로….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우리말을 사용하면서까지 그들에게 아부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명색이 어른인 내가 오히려 당당하게 '우리의 언어'를 사용해야겠다. 벤처 붐이 불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2000년 벽두부터 국민 모두가 아예 벤처 열병에 걸리고 말았다. 벤처인과 사기꾼,투자자와 투기꾼 구분이 모호한 시절이었다. 기업의 안정성과 수익성은 성장성에 눌려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사업계획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굴뚝 사고'라고 매도되기도 했다. "벤처는 벤처일 뿐,투자는 오직 사람만 보고 하라"는 풍조까지 만연했다. 유행성 거품의 포근함에 취해버린 시절이었다. 거품이 사라진 지금,우리의 일그러진 영웅들은 또 다른 투기꾼을 향해 끊임없이 장밋빛 성장을 외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들과 공범이 되고 싶지 않다. 요즘도 새로운 경영 기법(?)들이 유행처럼 소개되고 있다. 재빠르게 그것들을 도입하는 우리네 영웅들이 있다. 성공엔 관심이 없다. 도입 그 자체로 잭 웰치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딱 벌어진 허리에 단단한 혀'를 가진 우리에게 현란한 H.O.T의 공연을 강요한다. 그러나 기업은 유행병에 걸린 일그러진 영웅들의 무분별한 실험무대가 될 수는 없다. 이제 당당하게 '내 노래'를 부르고 싶다. 자신있게 '우리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다양한 악기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교양악단의 지휘자가 되고 싶다. 베토벤이 탄생시키려 한 진정한 '영웅'교향곡을 지휘하는 그런 지휘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