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이 11일 한국음반산업협회 박경준 회장 등 회원 16명이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 '소리바다' 운영자 양씨 형제를 상대로 낸 음반복제 등 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소리바다' 서비스가 중지될 위기에 처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양씨 형제는 소리바다를 이용해 박 회장 등이 음반제작자로 돼 있는 노래가 들어있는 MP3파일을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 받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양씨 형제가 이 판결에 불복하고 상급법원에 본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소리바다는 사실상 폐쇄된다. ▲법원의 온라인상 저작권 인정 = 법원의 이날 판결은 온라인상에서도 오프라인과 같은 창작물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판 냅스터 사건이라고 불렸던 소리바다의 재판에서 법원이 오프라인측의 손을 일단 들어준 것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어떠한 저작물을 구입할 경우에는 이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냅스터의 경우에서도 미 법원은 가수의 노래를 `공짜'로 다운로드 받는 것을 금지해 결국 유료사이트로 전환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판례는 비단 MP3 음악파일의 온라인상 저작권 인정에만 한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게임 등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와레즈' 사이트에 대한 단속도 힘을 받게 됐으며 오프라인보다 쉽게 도용할 수 있는 웹페이지의 디자인, 서비스 구성 등에 대한 디지털 저작권 보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리바다의 폐쇄가 만능은 아니다 = 현재 국내에서 소리바다와 같은 방식을 사용해 무료로 MP3 파일을 교환할 수 있는 사이트는 1천여개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따라서 법원과 음반협회가 소리바다를 폐쇄시키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수시로 생겨나고 없어지는 1천여개나 되는 사이트를 일일이 단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제2의 소리바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판결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지 몰라도 오프라인 음반산업과 저작권보호라는 판결 취지의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정작 MP3 음악파일을 교환했던 주체인 소리바다 회원에게는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돌리지 않고 이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양씨 형제만 잘못을 뒤집어 쓰는 판결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지적이다. ▲MP3 플레이어 제조업계 = 국내에서 MP3 음악파일을 요금을 내고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리바다의 위력은 막강했다. 소리바다의 확산은 MP3로 된 음악파일을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기본 인프라였으며 이를 저장해 `워크맨'처럼 휴대하면서 장소에 관계없이 들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의 발전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MP3 플레이어의 `종주국'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MP3 플레이어 제작기술이나 소비자 인지도에서 다른 나라를 앞지를 만큼 발전된 상태다. 하지만 소리바다의 서비스 중지로 MP3 플레이어의 존재 이유인 MP3 파일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길이 좁아진다면 MP3 플레이어 업계는 소비자들이 MP3 음악파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단기적인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한 MP3 플레이어 업체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저작권 보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판결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MP3 플레이어 업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의 반발 = 소리바다의 패소 보도에 네티즌들은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ID가 `duff100'이라는 소리바다 회원은 "소리바다는 불법 유통이 아니라 책을 친구에게 빌려 주는 것처럼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자유로운 자료 교환"이라며 "이같은 자유를 돈벌이에만 급급한 음반협회가 제한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소리바다로 인해 돈이 없는 가수들도 자신의 노래를 저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어 오히려 음악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소리바다에서 인기를 모으는 노래는 오프라인에서도 판매가 활발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은 "어느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신곡과 구곡으로 나눠 신곡에만 요금을 받는 방식은 어떻느냐"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