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와 한.미 BIT 등 굵직한 통상 현안들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 정부의 조직시스템이 잘못 짜여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대외개방 등 통상협상 창구 역할은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가 맡고 있다. 그러나 통상교섭본부는 오직 협상 교섭권만 갖고 있을 뿐 정책 조정권이 없다. 이로 인해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처끼리 완강하게 대립할 경우 합의에 다다르기 힘들게 돼 있다.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놓은 대외경제장관회의도 정책 결정기구가 아닌 탓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정부 통상조직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핵심 통상현안에 대한 부처간 이견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누군가 악역을 맡을 수 있도록 대외 개방정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차기 정부 출범에 맞춰 기존의 통상조직도 대폭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안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처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의 '한국 무역대표부(KTR.가칭)'로 독립기구화하는 방안이 가장 우세하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