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 辛星煥 <홍익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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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충격의 여파로 주가 금리 환율이 크게 요동쳤었다.
이러한 최근의 금융시장 변화 중 간과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금리구조의 변화인데,이는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리구조는 전통적으로 만기가 길어짐에 따라 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을 보여왔다.
예를 들어 2002년 4월25일을 기준으로 볼 때 1년 2년 3년 만기 국고채 시장금리는 각각 5.39%,6.27%,그리고 6.45%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구조는 최근 금리가 하락하면서 만기에 따라 금리 차이가 거의 없는 수평적 금리구조로 변했다.
심지어는 만기에 따라 금리가 낮아지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금리구조의 수평화 현상은 일반적으로 미래 단기금리가 하락하거나,향후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시장에 지배적일 경우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구조의 일반론은 우리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기 상승국면에 있고,이에 따른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상반기 주택가격이 오르는 등 상당한 수준의 물가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금리구조 수평화 현상은 미래에 대한 시장의 견해가 반영된 것이라기보다는 '시장분할'에 의한 현상이라고 해석된다.
시장분할이란 단기채권과 장기채권 시장이 분할되어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최근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1년 만기 채권시장과 3년 만기 채권시장이 분할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3년 만기 국고채 등에 대한 공급이 수요에 비해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비슷한 현상이 미국에서도 클린턴 정부 말에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미 정부는 재정 흑자를 30년 만기 재무부채권을 매입하는데 사용키로 결정했는데,이에 따라 30년 만기금리가 급락하는 금리구조의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중요한 벤치마크 중의 하나인 30년 만기 재무부채권 금리가 시장에서 왜곡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채권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만기의 채권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원활하게 거래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도 그렇고,금융기관이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또 정부의 효과적 통화정책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시장분할로 인해 정부의 단기금리 조정이 중장기금리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경우 정부의 통화정책은 기업의 투자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어 효력을 잃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중장기채권에 대한 수요는 연금,생명보험사,그리고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충분히 갖고 있는 반면,공급은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은 필요한 자금을 사내유보이익 등으로 충당하고 있으며,정부는 균형재정의 원칙 하에 채권발행 규모를 점차 감소시키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중장기채권 시장이 위축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도해 다시 중장기채권을 발행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국내 중장기채권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중장기채권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고채의 발행이 어렵다면 예금보험공사 채권 등 정부채권에 준하는 채권의 효과적인 발행을 통해 국내 중장기채권시장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중장기정부채권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를 기초로 중장기회사채시장이 발전할 것이다.
금융시장은 경제의 모세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채권시장은 금융시장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채권시장이 충분히 발전되어 있었다면 과거 대기업들의 부실을 미리 감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인한 금융기관의 충격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랬더라면 우리가 필요로 했던 공적자금 규모도 크게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고,현재 우리가 걱정하는 대규모 공적자금 손실의 분담 문제도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sshin@kfi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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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