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이동통신 회사들간 싸움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여야간 정쟁 못지 않다.


연초 벽두부터 통화품질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일전을 치렀던 이통사들은 월드컵이 끝나자 마자 또 한번 맞붙었다.


이번엔 미국 비즈니스위크지의 기사가 발단이 됐다.


KTF가 비즈니스위크 기사를 인용,세계 1위 이동통신업체로 선정됐다는 광고를 내자 SK텔레콤이 곧바로 'KTF 세계1위,믿을 수 있습니까'란 광고를 실은 것이다.


KTF가 참고 있을 리 없다.


곧바로 '허위·과장 광고'라며 공정위에 제소하고 명예훼손 소송을 내겠다며 윽박질렀다.


오가는 말도 험악하다.


SK텔레콤은 '눈속임이나 억지가 KTF적 생각이냐'고 노골적으로 비난할 만큼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KTF도 보도자료를 통해 '오해와 무지' '비뚤어진 1등 의식'이란 말로 SK텔레콤을 공격했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게 꼭 이탈리아팀 같다는 비공식 논평까지 나왔다.


물론 양측 모두 '억울하다'고 말한다.


SK텔레콤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1위 이통사인데 외국 언론이 부당하게 평가했으며 KTF가 이를 잘 알면서도 타격을 주기 위해 광고를 냈다고 주장한다.


KTF는 자신들이 비즈니스위크에 자료를 준 적도 없고 외국 언론 스스로 객관적 기준을 갖고 평가했는데 왜 SK텔레콤이 왈가왈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KTF가 1위로 평가받은 가장 큰 요인은 한솔엠닷컴과의 합병으로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피합병 법인의 매출액을 평가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 같지만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기사를 쓴 비즈니스위크의 책임에 대한 얘기는 없고 국내업체들끼리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비즈니스위크나,비즈니스위크쪽에 자료를 제공했던 S&P측에 따지는 게 옳다.


두 기업은 월드컵 거리응원의 최대 후원사였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W(월드컵)세대'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볼썽사나운 싸움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김남국 산업부 IT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