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첫 수주에 성공한 이래 현재까지 3건을 연속으로 따냈으므로 이를 표창함."


일본 최대의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에 망신살이 뻗쳤다.


정부 발주공사와 관련된 추문 때문이다.


입찰가를 빼내기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직원이 쇠고랑을 찼는데도 회사측은 발뺌으로 일관하다 수색까지 받았다.


뇌물과 입찰가를 맞바꾼 직원에게는 사장이 표창까지 한 사실이 공개돼 지탄의 대상이 됐다.


미쓰이물산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추락시킨 뇌물사건은 자민당의 실력자 스즈키 무네오 의원(구속중)과 뿌리가 닿아 있다.


스즈키 의원이 제왕으로 군림했던 홋카이도의 북방4도에 화력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미쓰이의 이노 마사히데 부장 등 3명이 스즈키 의원의 수족처럼 움직였던 외무성 직원에게 뇌물을 주고 입찰가를 빼낸 사건이다.


이 덕분에 미쓰이는 3개의 발전소 공사를 싹쓸이했다.


공사비만 총 40억엔에 이르는 노다지였다.


이토추 등 경쟁기업이 끈덕지게 달라붙었지만 미쓰이의 '신통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미쓰이가 써낸 응찰가는 예정가의 99.9%일 때도 있었다.


미쓰이의 뇌물 스캔들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기업들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위장·사기사건이 올들어 꼬리를 문 탓에 일본 검찰과 언론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다.


미쓰이물산은 지난 달 27일 주총에서 의혹을 묻는 질문에 사장이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 뗀 터여서 거짓말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불황과 씨름하느라 국민들의 몸과 마음이 찌든 일본사회에서 유난히 눈길을 끌고 있는 사건은 단연 금전스캔들이다.


쓰지모토 의원에서 가토 전 자민당 간사장,스즈키 의원에 이르기까지 의사당을 주름잡던 실력자들이 모두 돈의 덫에 걸려 무대 뒤로 사라졌다.


다나카 전 외상도 비서월급 유용 의혹으로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회계 부정이 나라를 뒤흔들고,일본은 금전스캔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신뢰의 위기와 맞닥뜨린 미쓰이가 어떤 묘수로 난국을 비켜갈지 주목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