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기자의 벤처열전] 노불월드의 '성공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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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노불월드의 사무실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모은행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회사 유식 대표가 가스통에 불을 붙인 뒤 한쪽에 세워진 MDF(중밀도섬유판)에 불을 갖다댔다.
2∼3분이 지나도 연기만 조금날 뿐 끝내 불이 붙지 않았다.
또 다른 실험이 이어졌다.
방염처리된 목재벽돌에 가스불을 가했다.
그로부터 몇분이 흘렀다.
목재벽돌은 타지 않고 가스불이 닿은 곳만 벌겋게 변했다.
벽돌 뒤는 손으로 만져도 온도변화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숨을 죽이고 유 대표의 행동을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은행관계자들은 '물건'을 건졌다며 유 대표에게 생산 공정과 기술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그뒤 이들은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MDF는 원목을 갈아 가루로 만든 뒤 아교를 섞어 압축시켜 합판처럼 만든 건자재다.
일반 목재 대용품으로 쓰인다.
따라서 일반 MDF를 태웠다면 당연히 불이 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불월드의 MDF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MDF의 표면만 방염처리한 게 아니라 원목 가루에 핵심 기술인 자체개발한 수성방염제를 침투시켜 MDF 전체를 방염했기 때문이다.
방염MDF는 세계 각국의 MDF 제조업체들이 꿈꾸던 제품이다.
유 대표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중국 산둥성 시(市)들이 서로 방염MDF 공장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그 중에서 둥잉(東營) 서우광(壽光) 핑두(平度)가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자체 보유중인 MDF 생산시설까지 내놓겠다며 '러브 콜'을 할 정도다.
지난 4월에는 둥잉성 시장이 직접 유 대표를 찾아 공장 유치를 요청했다.
방염MDF는 대기업 연구소장을 지낸 이 회사 임영순 전무의 작품이다.
항균목재를 실험하다 우연히 방염MDF를 개발했다.
상업화를 고심하던 임 전무는 기업컨설팅을 하던 유 대표를 만나게 되며 사업 성공을 예감한 유 대표는 지난 5월 회사를 설립했다.
이제 노불월드의 방염MDF와 목재벽돌이 건축자재 시장에서 얼마나 돌풍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