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그간 북한 경비정의 잦은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안일한 대처로 일관한 군당국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53년 정전협정 직후 설정된 NLL은 사실상 해상의 남북군사경계선으로 북한도 이를 묵시적으로 인정해 왔다. 따라서 전시나 평시를 막론하고 이를 침범하는 것은 도발 징후로 간주할 수 있다는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매년 5,6월 꽃게잡이철이면 북한 경비정들은 수시로 NLL을 침범했다가 해군 고속정의 대응 출동에 북으로 되돌아가는 술래잡기를 계속해왔다. 올해에만 침범 횟수가 14차례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군당국이 북한 경비정의 잦은 침범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는 중대 사태로 인식하기보다 연례 행사로 여겨 긴장의 고삐를 늦췄다는 점이다. 실제로 합동참모본부는 2주전쯤 지난 99년 연평해전 이후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크게 줄고 이들 대부분이 조업중인 북한 어선의 단속을 위한 단순 침범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교전사태로 합참의 정보 분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같은 군 당국의 안일한 대북 경계태세와 함께 해군의 차단기동(일명 밀어내기) 작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군 당국은 99년 6월 북한의 잇단 NLL 침범에 대해 가능한 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경고 사격에 앞서 몸으로 막는 차단기동 작전개념을 수립했으며 여기에 정부의 햇볕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전 현장인 연평도 부근의 초계함 2척을 비롯 피습된 고속정을 포함해 모두 8척의 우리 함정이 선제공격을 한 북측 경비정 한척을 향해 31분 동안 수천 발의 총탄 및 포탄을 퍼부었지만 격침에 실패한데 대해서도 군당국이 확전을 우려해 소극적인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군 당국자가 "북한의 가공할 서해안 전력을 감안할 때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