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증시안정대책이 발표된 27일 주식시장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크게 출렁거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심리적 공황으로 인한 투매사태를 막는 등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증시위기의 근원이 "외부"(미국 증시)에 있는 만큼 실효성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대책이 "약효"를 발휘하려면 미 증시가 의미있는 반등을 보여주는 등 해외불안요인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크게 출렁거린 주식시장=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나란히 나흘만에 반등했지만 주가 변동폭이 심했다. 안정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분석상 종가가 시가보다 낮은 '음봉'을 만들어냈다. 시장의 반응이 그만큼 시큰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8.56포인트(1.21%) 오른 710.43으로,코스닥지수는 0.60포인트(1.05%) 상승한 57.23으로 마감됐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 폭락에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돼 17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면서 출발했다. 한때 20포인트 이상 올라 72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낮 12시께 기관의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쏟아져 보합권으로 밀리기도 했다. 오후들어 증시안정 대책이 전해지면서 개인 매수세가 살아나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반등에는 한계가 있었다. 코스닥지수도 상승세로 출발한 뒤 한때 약세로 반전됐다가 오름세를 탔다. 거래소의 상승종목이 5백57개로 하락종목(2백17개)보다 2.5배 가량 많고 코스닥도 오른 종목(5백42개)이 내린 종목(2백1개)보다 2.7배 가량 많아 분위기는 좋아졌다. ◆증시대책 효과는 제한적=이날 증시안정 대책은 실효성보다는 심리적인 안정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오전보다 대책 발표 이후인 오후에 오름폭이 둔화된 점이 이를 입증해 준다. 실제 로스컷제도 보완과 연기금 주식투자자금 조기집행 방침에도 불구하고 기관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1천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냈다. 전날 수급을 악화시켰던 증권 보험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매물이 흘러나왔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 투자의 조기집행과 투자풀 조성 등은 증시의 수급여건 개선과 심리적인 안정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미 증시 급락에서 비롯된 국내 증시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기관의 로스컷제도를 정부가 강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미국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는 증시안정 대책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박재훈 투자전략팀차장은 "수급불균형은 일시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으로 현재 시장상황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차장은 "연기금은 자금을 투자자문사에 위탁운용하고 자문사도 자체 로스컷 규정이 있는 만큼 증시안전판 역할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횡보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