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의 영광을 다시 한번.' 4천7백만 전 국민이 그토록 염원했던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태극전사'와 '아주리군단'이 맞붙은 18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과 전국 각 곳의 길거리에는 이날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4백여만명의 붉은 악마들로 붉게 물들었다. ◆'AGAIN 1966(1966년이여 다시 오라)' 시민들은 지난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등번호 8번의 박두익 선수가 활약한 북한이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꺾고 아시아 최초로 8강에 나간 기적을 재현,"통∼일 한국"을 외칠 수 있기를 갈망했다. 대전 경기장에도 붉은 악마가 이미 관중석에 'AGAIN 1966'이라는 대형 카드섹션을 준비해 북한의 8강 진출 재현을 위해 6만 관중이 태극전사에 힘을 불어넣었다. 일부 탈북자로 구성된 평화축구단 회원들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 등에서 이날도 이탈리아전을 맞이해 길거리 응원을 펼쳤다. ◆사상 최대 4백만 길거리 응원 경찰은 이탈리아전이 열리는 이날 서울의 경우 시청 앞 47만여명,광화문 45만여명(추정),부산 주경기장 7만여명,대전 갑천둔치 9만여명 등 전국 3백11곳에서 3백5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대학가 등을 포함하면 4백만 안팎의 사상 최대 인파가 응원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는 지난 4일 폴란드전의 경우 84곳에서 52만여명이 몰렸던 것을 비롯해 10일 미국전(2백6곳,77만여명),14일 포르투갈전(2백36곳,2백78만여명) 등을 훨씬 압도하는 수치다. 경찰은 도로 점거,차량 보닛,지붕 승차 등 일부 과열행동이 우려됨에 따라 전국 2백14개 중대 2만5천6백여명의 병력을 응원장소 곳곳에 배치하고 위법행위를 단속했다. ◆시민들 '우승도 해보자' 시민들은 여태껏 한국팀이 보여준 강한 체력과 투지라면 8강,4강,우승까지도 노려볼만하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회사원인 이유진씨(31)는 "최근 축구에 관심이 많이 생겨 한국팀을 비롯해 다른 유럽팀들이 하는 경기를 직접 봤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16강에 진출한 것처럼 8강,4강,우승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동부증권 한상희 대리(30)도 이날 "승패에 집착하지 말고 한국 선수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90분간 최대한 발휘해 후회없는 경기를 펼쳐주길 바란다"며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붉은 악마 응원 붉은 악마 회원들은 월드컵 조직위의 지원을 받아 1천5백여명이 경기장에 입장,카드 섹션 등 조직적으로 응원에 나섰다. 시청 앞과 광화문 등 서울시내는 18곳의 길거리 응원 장소에서 붉은 악마가 주축이 돼 장외 응원을 펼쳤다. 대전은 한밭야구장 등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응원장소 16곳에서 3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코리아 파이팅'을 목청껏 외쳤다. ◆대전행 교통편 북적 전국의 붉은 물결이 이날 저녁 역사적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기 위해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행 새마을호 열차는 전날 이미 전 좌석이 매진됐고 일부 무궁화호 열차 좌석이 남아 순서를 기다렸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경우 대전으로 가는 손님이 급증, 우등 고속은 모두 매진됐고 일반고속 좌석표만 일부 남았다. 터미널측은 오후 시간대에 20여대 버스를 증편운행하고 운행간격도 5분 줄여 10분만에 한대씩 운행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