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 카드 보험을 아직도 따로 거래하신다구요?" 광고대행사 코마코의 유재하 상무(42)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얼마전 신한금융지주회사의 광고 캠페인을 맡으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습관이다. "금융사들이 대형화되면서 광고물량이 크게 늘었습니다.광고대행사들도 금융권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성공 캠페인을 벌이기 어렵답니다." 유 상무는 금융권 광고의 키워드를 한 곳에서 모든 거래가 가능한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신한금융지주회사의 광고 캠페인 주제를 "금융네트워크"로 정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장면으로 네트워크를 표현한 광고가 나가자 경쟁사에서도 문의 전화가 걸려왔을 정도다. 유 상무는 광고계에서 몇 안되는 여성 임원이다. 얼마 전 업계에선 "전쟁"으로 불리는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도 나와 화제가 됐다. 그의 모습이 담긴 녹화 테이프는 대학 신문방송학과에서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가 업계는 물론 대학가에서도 "피티(PT:Presentation) 여전사"로 소문난 이유이다. 유 상무는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 캠프에서 광고 캠페인을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는 통일부의 홍보자문역을 맡고 있다. "반짝 뜨는 광고 캠페인은 잠깐동안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는 있어도 마음에 남는 브랜드가 될 순 없습니다.수선 떨지 않고 만날수록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 상무는 공부 욕심으로 성균관대에서 광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에 대해선 "아직 벽돌을 쌓기 위해 시멘트 작업을 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오랜 친구인 노란색 스포츠카를 팔고 대형 승용차를 샀는데 아직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유 상무는 "일 때문에 미룬 결혼이 올해의 작은 소망"이라며 수줍어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