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지 못한 회사나 경쟁 제품이 없는 상품을 파는 회사, 엄청나게 큰 미국 시장의 1%만 차지하겠다는 회사는 미국에 진출할 생각을 마세요. 십중팔구 망하게 됩니다." Z60벤처스의 켄 리(한국명 이경훈) 사장의 강의는 이렇게 시작됐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정보기술(IT) 전문가 네트워크인 한민족 IT 네트워크(KIN)이 주최한 '소프트웨어 글로벌마케팅 교육'의 첫 강의를 맡은 이 사장의 첫마디는 시차적응도 안된 교육생들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기술 좋고 경쟁이 없으면 잘 팔고 많은 이익을 남길텐데 망하다니... 교육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사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기술이 좋다고 제품이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수요가 있어야 팔리지요. 또 경쟁이 없다는 것은 시장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시장이 있으면 분명히 누군가가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 사장의 설명에 교육생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미국 시장의 1%를 차지하면 매출액이 한국시장의 전체를 먹는 것보다 많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1%로는 발도 못붙입니다." 이 교육은 KIN이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미국 시장에서 마케팅을 하는데 관련된 기본적인 원칙과 실무적인 사항을 교육함으로써 미국 시장 진출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10~20년동안 마케팅분야에서 일해온 현지의 전문가들을 강사진으로 초청, 현장 경험을 들려줌으로써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전략 수립에 참고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난 10일 시작돼 19일 끝나는 이번 교육에는 한국통신 삼성SDS 한국정보공학 엠티닷 민간 기업의 해외 사업 담당자와 대구시청의 최창학 정보화담당관, 용인송담대 창업보육센터의 권양구 소장(기계공학과 교수) 등 10여명이 참가했다. 교육비의 절반 가량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이 지원했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한국정보공학 최용삼 부장은 "미국 시장에서 마케팅 경험이 전혀 없어 이번 교육을 신청했다"며 "전문가들로부터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듣고 간접적으로나 경험할 수 있어 무척 유익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일하면서 판단이 필요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얻었으며 비즈니스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지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효과도 거뒀다"고 덧붙였다. 엠티닷의 김숙진 이사는 "지금까지 가졌던 사업 구상에 문제점을 찾아내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교육에서 배운 것을 반영해 더욱 치밀한 미국 진출 계획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교육의 허점도 없지 않았다. 우선 30명으로 잡았던 교육인원이 10여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기업체 참가자는 5명에도 못미쳤다. 이 때문에 참가 기업 관계자와 현지 마케팅 전문가간의 일대일 미팅이 대부분 취소되는 등 교육 프로그램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KIN 관계자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이번 교육 결과를 반영해 2차 교육부터는 기간을 1주일 정도로 줄이고 교육 내용도 실무 중심으로 개편해 기업들이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ksch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