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미국 동조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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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이 하락추세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국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6월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Triple witching day)를 무사히 넘기면 수급 개선에 따른 반등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었으나 미국발 악재가 투자심리를 옭죄고 있다.
종합지수는 전날 이틀째 하락하며 810선을 내줬다. 기술적으로도 지난 금요일 회복했던 5일 이동평균선을 비롯해 20일선, 120일선을 모두 하향이탈, 지수 800선에 대한 지지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매수차익잔고가 5,6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해 물량 부담이 줄었으나 기관은 오히려 콘탱고 상황에서도 프로그램 매도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여전히 보수적이었고 선물시장의 투기매도를 급증시켜 수급악화를 초래했다.
특히 2/4분기에 들어서면서 국내외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고 그 와중에 국내외 펀더멘털상의 차별화가 부각되긴 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수급악화와 환율 급락 등 추가 모멘텀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올해도 서머랠리(summer rally)를 기대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고객예탁금이 9조원대로 떨어지고 투신사 주식형 펀드 유입액도 크지 않는 등 기관의 자금운용에도 일정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국고채권 3년 금리가 주가 하락 속에 5%대로 급락하기도 해 당분간 주식과 채권간 역학관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국내외 차별화는 지속 =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이후 펀더멘털상으로 지속된 한국과 미국의 차별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별화의 강도는 다소 약화될 전망이다. 수출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중 소비자기대지수(CSI)가 두달째 주춤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기업실사지수(BSI)나 산업생산 등의 지표를 봐서도 견조한 흐름이 예상된다.
수출의 경우도 지난 15일 현재 58억달러를 기록, 전년동기비 13.2% 증가하면서 두자리수대의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 급락 영향으로 수출 출하를 앞당기는 '밀어내기식 물량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월단위로는 한자리수대의 증가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지난 14일 무역협회 조찬 강연에서 하반기 수출이 전년동기비 12% 증가, 연간 수출은 전년보다 8%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설비투자도 연간 10% 가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그간 급락세를 보였던 달러 환율이 다소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정부의 방어의지가 효과를 거두면서 일단 1,230원 안팎에서 급락세는 멈췄다.
달러/원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달러/엔 환율이 일본 당국의 경기부양 의지와 맞물리며 124엔대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토요일 캐나다의 핼리팩스에서 마친 G7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일본 정부의 최근 잇따른 달러매수 직개입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에 대한 '암묵적 지지'로 여겨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도심리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 미국 경제회복세 접나? = 그러나 지난주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미국 시장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 목요일 5월중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9% 감소, 시장의 예상치인 0.3% 감소의 세배나 감소폭이 컸다.
금요일 나온 산업생산은 0.2% 증가해 5개월째 증가했으나 예상치 0.4%를 밑돌았다. 가동률은 75.5%로 지난해 9월 이래 가장 높긴 했으나 역대최저치 74.4%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4월중 기업재고는 예상대로 0.2% 감소하며 15개월째 줄었다.
기업의 재고는 15개월째 감소하는 데도 가동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예상에 못미치는 등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비관적인 전망 때문이다.
특히 소비심리를 가늠하는 6월중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 잠정치가 90.8로 5월 96.9에서 하락했다. 당초 96.8 정도로 아주 조금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었다. 현재지수는 5월 103.5에서 6월 97.9로, 기대지수는 92.7에서 86.2로 급락했다.
이처럼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지연될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미국의 달러, 금리, 주가는 트리플 약세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유럽의 주요 주가가 지난주 급락한 뒤 아시아 주요주가도 월요일 대부분 내리는 등 전세계에 미치는 직간접 영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주가 역시 차별화로 800선 지지가 유지됐으나 악재 동조화를 맞이하면서 다시 800선 지지공방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반면 하락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S&P500지수 등 주요 지수들은 지난해 9.11 테러 때의 급락 수준에 근접하면서 하락추세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주요 지지선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첨단 IT의 대표업종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금요일 길게 아래꼬리를 들이며 저가 매수세가 낙폭을 제한하긴 했으나 다우지수는 9,500선이 깨졌고 나스닥은 1,500선을 확보해야 하는 시험을 거듭 치르고 있다. S&P500지수는 1,000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00선 공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미국 금리인상 시기 늦춰질 듯 = 특히 미국의 금리가 경기회복세가 지연될 것으로 보고 연일 하락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6월에서 8월, 9월로 미뤄지더니 연말께나 가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로이터통신이 미국의 발행시장 딜러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FRB가 연방기금금리(FFR)를 올리는 첫 시기에 대해 12명이 11월이나 그 이후로 꼽았다. 9월경에 올릴 것이라고 대답한 딜러들도 불과 일주일전 15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
올해 말까지는 현재 1.75%의 연방기금금리가 2.50%나 그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딜러도 9명에 그쳤다. 일주일전에는 16명이었다.
이처럼 미국의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못미치자 금리인상 예상시기는 뒤로 미루고 금리인상 예상폭도 낮추는 일이 미국의 월가에서 진행중에 있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리만 브라더스의 해리스(Ethan Harris)와 어베이트(Joe Abate) 등 두 이코노미스트는 주간리서치 노트에서 미국이 올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들의 전망은 자사 발행시장 딜러의 12월중 금리인상 전망과 다르고 현재의 주가약세와 고실업률 지속을 전제하긴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열 한 차례 금리인하 조치 이후 지난 1/4분기 5.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한 당국과 시장에는 충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을 대하는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성급할 필요는 없으며 2/4분기 실적주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셈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 약화로 미국의 달러약세와 자금이탈로 세계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주 G7 선진국 재무장관회의에서는 하반기 세계경제의 전망은 밝을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놓는 등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 경제와 금융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신중한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