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대망의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거리마다 환호성이 넘쳐나고,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 인사를 나누기에 바쁘다. 해방 이후 과연 언제 온국민이 이토록 뜨거운 승리의 감정을 공유해본 적이 있었던가. 폴란드전에서의 승리, 미국전에서의 무승부에 이어 포르투갈전을 통한 16강 도약의 모든 과정은 마치 온국민이 참여한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그러니 국민 모두가 이 승리의 당당한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스포츠엔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무언가가 있다고 하지만 이번 월드컵 대회야말로 바로 그렇다고 할 만하다. 월드컵 첫 승리에 이어 그토록 고대해 왔던 16강에까지 진출했으니 히딩크 감독과 23명의 대표팀 선수들, 그리고 축구 관계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훈련과정에서의 좌절과 실패, 그리고 혹독한 비난까지를 모두 이겨냈으니 이들은 승리의 월계관을 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한국 축구는 이제 8강에 도전하고 4강도 가시권에 놓고 있다. 내친 김에 4강 고지까지 일거에 내달려 간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굳이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섭섭해할 이유는 없다. 이미 우리들은 많은 것을 성취했고 또 너무도 소중한 가치들을 배웠다. 온 국민이 너나 없이 단결했고 동일한 열정에 스스로를 몰입시켜 갔다. 이 열정과 단결된 힘이면 축구 아니라 무엇이라 한들 못해낼 것이 없다. IMF 이후 오랜 기간의 고통과 번민, 좌절과 재기의 몸부림들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돼 가길 바랄 뿐이다. 경제에도 정치에도 월드컵에서의 참여 정신이 넘쳐흘러 그토록 고대해 마지 않던 선진사회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도록 우리 스스로를 독려해 가는 일이 과제로 주어져 있다. 한가지 덧붙일 것은 마지막까지 월드컵 잔치의 주인 된 도리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마무리에도 최선을 다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