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말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면 합병은행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제11회 다산경영상(전문경영인 부문)을 수상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1일 시상식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은행들이 아연 긴장할 만한 발언이다. 단순히 국민은행이 자산규모 1위의 리딩뱅크라서가 아니다. 그동안 김 행장의 발언에는 '허튼 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 행장의 리더십은 미국과 호주의 경영대학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그가 '합병은행의 위력…'을 운운하고 있으니 다른 은행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다음은 김 행장과의 일문일답. -수상소감은.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한다. 통합작업을 원만히 마무리해 세계적인 은행으로 도약시키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통합작업에 대한 평가는. "합병후 고객이 1백16만명가량 늘었다. 외국은행들이 합병후 10%가량 고객을 잃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본점과 지역본부의 통합은 완전히 끝났다. 9월말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면 일선 영업점 통합도 완전 마무리된다. 그 때 합병은행의 위력이 드러날 것이다." -합병은행의 위력이란.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면 국민은행은 1천3백개 점포가 일사불란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공략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다. 국민은행 1천3백개 점포가 대출이나 수신드라이브를 걸면 은행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예금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가. "얼마전 어느 지점을 방문했을 때 한 여직원이 '행장님, 금리 좀 올려주세요'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정기예금금리는 다른 은행보다 0.5%포인트가량 낮다. 이 수준은 경쟁자가 나타날 때까지 유지될 것이다. 국민은행이 금리를 높이면 다른 은행은 더 높일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신 조달금리가 낮은 점을 활용, 다양한 수익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예를 든다면. "SOHO(소규모자영업자) 시장이나 중소기업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월부터 RM(중소기업전담) 점포 1백76개를 가동한다. SOHO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5백개팀을 별도로 만들고 있다. PB(프라이비트뱅킹)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이란 이름과 PB는 어울리지 않는데. "포르투갈의 어느 은행은 사업영역별로 7개의 별도 이름을 사용한다. 같은 맥락에서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사카드를 없앤다고 했는데. "히딩크 감독이 국내 특정대학 출신이라면 지금같은 국가대표팀을 꾸릴 수 없었을 것으로 본다. 지연 학연을 떠나 능력위주로 선수를 선발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전산통합이 완료되면 이전의 인사카드는 완전 폐기하겠다. 대신 작년 11월1일(합병일)을 입행일로 한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추가합병이나 증권사 인수계획은. "지금은 통합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추가합병이나 증권사 인수는 그 이후의 문제다. 분명한 점은 국내은행의 경우 틈새시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은행질서가 재편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