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월드컵 기간 내내 들뜬 기분이 이어져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남동공단에서 기계부품을 만드는 중소제조업체의 김모 사장은 월드컵 때문에 고민이 많다.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놀자판'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일 당장 납품해야 하는 제품이 있는데도 10일 오후는 일을 거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납기일을 하루만 미뤄달라고 오전 내내 발주처에 전화로 통사정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공단지역에 있는 이모 사장은 "월차휴가를 내고 대구로 내려간 직원도 있다"며 "아무리 축구가 좋다 해도 이런 분위기가 마냥 이어져선 곤란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남동공단이나 반월공단 등지의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10일 오후 일손을 놓은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가뜩이나 인력난에 어려움을 겪는데 단 2시간이지만 아예 기계를 세워야 했고 그 후유증이 몇시간 이어지면서 생산차질,불량 증가 등 부작용을 빚었다는데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오는 7월부터 금융권의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놀자'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반월공단에서 전기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의 서모 사장은 "언제부터 우리가 스포츠·레저 공화국이 됐는지 안타깝다"며 "스포츠와 레저는 생산활동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일뿐인데도 마치 이들이 개인과 기업,국가의 모든 것인 양 착각하는 분위기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은 자금난 인력난 기술부족 등 갖가지 경영난에 허덕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게 인력부족 문제.이는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인력난을 해소할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월드컵 열기마저 겹치자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스포츠의 '짜릿한 맛'으로 손에 땀을 쥐기는커녕 제대로 된 제품이 제때 생산될 수 있을지 하루하루 마음 졸이고 있는 것이다.


그때 기자의 머리에는 남동공단내 한 중소기업에 걸려 있는 액자의 글귀가 떠올랐다.


'우리의 후손이 우리에게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일하고 일하고 또 일했노라고 답하리라….'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