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은 그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고, 장쩌민은 "합격된 후계자"라고 칭찬했다. '황제 모시기는 호랑이를 옆에 두는 것과 같다(伴君如伴虎)'는 중국 속담에 비춰보면 최고권력자의 주변 인물이 이런 평가를 받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바로 13억 중국민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60)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이며 국가부주석, 중앙군사위 부주석, 중앙당교 교장을 맡고 있는 후진타오는 올 가을 중국공산당 제16기 당대회에서 장쩌민의 후계자로 공식화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 차이나 리더 후진타오'(양중메이 지음, 최준명 감역, 한우덕 옮김, 한국경제신문, 1만2천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그의 전기다. 1942년 상하이에서 차(茶)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딛고 중앙정치무대의 실력자로 우뚝 서기까지를 정리했다. 인터뷰 및 자료조사를 통해 그의 성장과정과 정치적 성향, 노선 및 사상, 인맥 등을 꼼꼼히 살폈다. 후진타오를 비롯한 중국 제4세대 지도자군(群)에 대한 분석도 유용하다. 소상인의 집안에서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읜 후진타오는 중국 최고 이공대학인 청화대를 나온 수재다. 대학 시절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가 중앙 정치무대의 실력자로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권력이 넘어올 때까지 납작 엎드려'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코 권력을 탐내며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정치분석가들도 "후진타오는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공적을 자랑하지 않는다. 말과 행동에 지나침이 없다"고 평가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겸손하고 온화함과 친화력을 발휘했다는 것. 티베트 자치구 당서기 시절에는 라사 반란사건에 대해 계엄령 선포도 불사하며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는 강단과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84년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제1서기로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한 그가 92년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98년 국가부주석, 99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으로 출세가도를 달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런 후진타오를 일컬어 '때를 기다릴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이제 그 때가 오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