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 출전 역사상 '48년만의 첫 승리'라는 쾌거를 일궈 낸 감동의 순간은 하루가 지난 5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4일 밤 한국 대 폴란드전 경기가 2-0 스코어로 온 국민이 그토록 염원했던 한국팀의 첫 승으로 장식되자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을 중심으로 전국이 승리의 기쁨과 환희로 가득했고, 이같은 감동의 드라마는 하루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시민들의 흥분은 가라앉기는 커녕, 16강에 이은 8강에의 확신에 찬 기대로 확산되고 있다. ◆폴란드전 보고 또 보고 = 승전시민들은 선수들의 패기에 찬 경기와 빛나는 승리의 조역을 담당한 경기장 안팎의 붉은 악마와 시민 응원단 모습을 담은 한국팀 경기를 TV 재방송을 통해 밤새 보고 또 보며 벅찬 가슴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시민들은 "폴란드전보다도 16강의 결정적인 교두보가 될 10일 미국전을 앞두고 선수들과 더불어 시민들은 남은 경기에도 필승할 수 있도록 빨리 들뜬 마음을 가다듬고 정상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회사 화제 만발, 지각 속출 = 전날밤의 감동을 간직하고 5일 출근한 직장인들은 하루종일 한국의 월드컵 첫 승리에 대한 이야기 꽃으로 화제가 만발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말이 "어제 축구 봤지요"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가 됐을 정도이며,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과 경비원, 심지어 청소 아주머니까지 직장내 모든 사람이 축구로 '한마음'이 됐다. 의류업체 직원 김선진(29)씨는 "늦게까지 친구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기쁨을 나눴다"며 "아직도 가슴이 벅차고 흥분되는 것을 보니 이 기분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일호(44)씨는 "한국팀 선수들은 우리나라가 생긴 이래 국민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안겨준 영웅들"이라며 "어제처럼 온 국민 모두에게 감격과 기쁨을 준 사람들이 누가 있으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시간도 잊은 채 새벽까지 거리나 술집에서 보낸 탓인지 많은 직장인들이 잠이 부족한 듯 피곤한 기색이었고 일부 직장인들은 출근시간을 넘겨 지각하는 사태가 속출하기도 했다. 한 회사원은 "어제 한-폴란드전을 지켜본 우리나라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가진 자나 못가진 자 모두가 갈등을 잊고 하나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승리 열기로 수업 차질 = 학생들도 등교한 뒤 누구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축구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구로구 유한공고 생활지도부 한현수(44) 교사는 "어제 한국팀의 첫 승 때문인지 많은 학생들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다"며 "언제까지 붉은 옷을 입을지는 모르겠지만 포르투갈 전까지는 계속 이럴 것 같다"며 웃었다. 학생들은 "안정환.차두리가 두 골 이상은 더 넣을 수 있었는데 아깝다" 등등 쉬는 시간, 수업 시간 가리지 않고 축구 얘기로 화제가 만발했다. 교사들도 자의반 타의반 전날 한국의 월드컵 승리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각 초중고 학교에서도 월드컵 이후 축구공을 갖고 오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는데다 이날은 갑자기 늘어 점심 시간 축구하는 학생들로 운동장 공간이 부족했고 쉬는시간마다 `대~한민국' 등 붉은악마의 응원 구호를 외치며 또다시 흥분했다. 신천초등학교 2학년 담임 허금범(55) 교사는 "어제 경기장면을 못 본 학생들을 위해 집에서 녹화한 테이프를 갖고와 보여줬더니 애들이 박수치고 난리였고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도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젊은 열정 새벽까지 = 대학로와 광화문, 신촌, 강남역에서는 이날 새벽 3∼4시까지 붉은 티셔츠 차림 등 젊은 2만여명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애국가' 등을 불렀고 태극기를 흔들며 도로를 행진하면서 한국팀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날 한국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한식집 금강산과 중국음식점 이화원 등 일부 음식점에서는 냉면과 자장면, 짬뽕 등 점심 메뉴를 무료로 제공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국민들 "16강 이어 8강까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