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車선단 매각 네가지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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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7시30분 서울 적선동에 자리잡은 현대상선 사옥.장철순 사장이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다들 뉴스를 봐서 알테니까…긴 얘기는 하지 않겠고,매각이 성사되는 최종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시오."
현대자동차와 발레니우스-빌헬름센(WWL)이 최근 자동차운송 부문의 신설법인을 설립키로 합의했지만 장 사장은 이날 안도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선단 매각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만약 현대차와 WWL의 협상이 결렬됐다면 현대상선의 자금수급은 극한 상황에 내몰릴 처지였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된 매각작업은 현대차 WWL 채권단 등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난항을 겪었다.
저마다 명분과 실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답은 좀처럼 나오지 않을 듯 했다.
문제는 방법과 시한이었다.
현대상선 입장에선 적어도 6월전까지 매각을 매듭짓지 못하면 하반기 만기도래하는 1조원 정도의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유럽계 원매자(WWL)를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현대차가 장기운송계약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곤혹스런 입장이었다.
현대차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장기운송계약을 하자니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과거 현대 계열사 지원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의 눈치도 보였다.
그렇다고 현대상선의 자금난을 방관하다간 수만대의 수출차량들이 항구에 묶일 판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현대차가 장기운송계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신설법인 지분출자를 결정하면서 풀려나갔다.
현대차는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송기반을 확보했고 현대상선은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까지 동원해 현대상선을 지원했던 '보람'을 찾게 됐다.
또 하나의 소득은 우리나라 수출동맥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빠른 시일내 구조조정을 완료함으로써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자동차선단을 매각하기까지 6개월 정도가 소요됐지만 대우차나 하이닉스에 비하면 한결 수월하게 일이 풀린 셈이다.
조일훈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