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유 스픽 잉글리시(Can you speak English)?" 2002 한·일월드컵 개막식과 개막전을 마친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무렵. 프랑스인 부자(父子)로 보이는 두 명이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기자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들이 궁금해 한 것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가 그 시간까지 끊기지 않았는지 여부. 개막전을 본 즉시 다음 행선지인 일본으로 갈 요량으로 인천공항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 안내판을 보니 마지막 차는 다행히도 오후 11시까지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말을 해주고 돌아서는데 안내판 위에 임시로 붙여놓은 한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내용인즉 월드컵 기간에는 특별히 버스노선을 조정해 그 정류장에서는 한달동안 버스가 서지 않는다는 것. 황급히 그 두 명의 프랑스인에게 변경된 버스정류장 위치를 알려주고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들은 고맙다는 말과 동시에 급히 바뀐 정류장을 향해 뛰었다. 5분 뒤에는 일본인 두 명이 같은 장소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해 종전과 마찬가지로 일러줬다. 이들이 인천공항까지 무사히 가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면 그들은 한국에서의 작은 해프닝을 곧 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운이 좋지 못했다면 애타게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다 낭패를 봤을 것이 뻔하다. 당국에서 굳이 버스노선을 변경한 것은 외국인과 경기 관람객들이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였을 것이다. 환상적인 월드컵 개막식과 멋진 개막전에 대한 외신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그 찬사 뒤에는 이번 월드컵을 준비해온 여러 사람들의 피와 땀에 대한 평가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조그마한 일까지도 세심하게 챙길 때 '성공적 대회'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