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맏형" 홍명보(33.포항스틸러스)가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를 내놨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 및 4차례에 걸친 월드컵 출전사,일본 프로축구 J리그 생활 등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홍명보는 지난 90년 이탈리아 월드컵때부터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장하게 된 한국축구의 간판스타. 자서전에서 그는 올해 대표팀 발탁 뒷얘기를 공개했다. 북중미골드컵이 끝난 뒤 코치진에서 대표팀의 구심점으로 홍명보를 낙점하자 히딩크 감독은 박항서 코치를 통해 '어린 선수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주되 경기에 못나가더라도 참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당시 홍명보는 "단지 분위기 메이커로 나를 부른다면 대표팀에 들어가지 않겠다. 주전 경쟁을 통해 베스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이후 홍명보는 유럽 평가전을 거치면서 히딩크의 확고한 신임을 얻었다. 홍명보는 히딩크 감독과 한국 지도자들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히딩크 감독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데 비해 한국 지도자들은 하프타임 때 플레이가 맘에 들지 않는 선수를 향해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질타한다는 것. 정신 차리라는 의도지만 선수들은 오히려 위축된다고 그는 털어놨다. 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차범근 감독을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차 감독은 당시 유럽 진출을 모색하던 홍명보에게 포기를 권유해 몹시 서운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월드컵 직전 대표팀은 선후배간 의사소통도 잘 안되고 구심점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결국 당시 히딩크가 이끌던 네덜란드에 0-5의 참패를 불렀고 결국 차 감독 경질로 이어졌다. 4년7개월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생활에서 느낀 점을 통해 한국축구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과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일본은 동계훈련 기간은 짧지만 알차게 계획표를 짜 훈련효과를 극대화시킨다.그러나 한국은 훈련기간이 너무 길고 연습경기가 많아 초반에 반짝하다가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이 소진된다"고 지적했다. 홍명보는 차두리가 자신을 어려워한다며 '그러지 말아 달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어 "두리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특히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게 부럽다. 아직 테크닉은 차 감독에 못 미치지만 시간이 흐르면 능가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94년 미국월드컵을 앞두고 전지훈련 가서 만난 아내 조수미에게 홍명보가 청혼하면서 맨 먼저 꺼냈던 얘기는 "된장찌개 끓일 줄 아느냐"는 것이었다. 한달 데이트 비용은 1백만원이었는데 대부분 국제전화 비용이었다. 홍명보의 좌우명은 일심(一心). 하나의 일에 집중하자는 뜻으로 그는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한 번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본 적이 없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