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한 22일 수도 베를린을 비롯 함부르크, 뮌헨, 뒤셀도르프 등 독일전역 50여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반미,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부시 대통령의 베를린 도착에 때를 맞춰 이날 저녁(현지시간)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서는 평화운동 단체와 반세계화 운동 단체 소속원, 친 팔레스타인계 시민 등 2만여명이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세계 정책과 친 이스라엘정책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시위를 벌였다. 특히 머리에 두건을 쓴 친(親)팔레스타인계 시위자들은 옛 프로이센 열병장에서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시위를 벌였으며 인근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진압 경찰에게 병과 돌을 던지는 등 경찰병력과 한때 충돌, 일부 시위대원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과격 시위를 벌인 시위 대원 일부를 연행했으나 정확한 연행 숫자를 즉각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반전 시위대원들은 "전쟁이 곧 테러다!", "폭탄 대신 빵을, 군사행동 대신에 일자리를!", "부시는 전쟁을 중단하라!" 는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시위를 주도한 평화운동 단체 `평화의 축'은 시위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자위권을 구실로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라크공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유럽연합(EU)등이 반인도적및 전쟁 범죄 등을 저지른 자를 처벌하고국제 형사 사법의 정의를 실현하기위해 설립을 추진중인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한 미국의 참여 포기와 교토(京都) 기후협약 탈퇴선언 등 부시 미행정부와 미국의 일방주의를 강력히 비난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시위사태와 관련, 같은날 한 TV와의 인터뷰에서"독일에서는 항의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시위대원들은 냉전시대 서독의 안전과 독일 통일 등에 미국이 기여한 공로를 상기해 줄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기해 전날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에는 200여개 시민운동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이 독일을 떠나는 23일까지 독일 전역에서 100여건의 시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 당국은 부시 대통령 방독 기간을 전후해 시위를 차단하고 경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베를린 지역에 1만명 이상의 경찰 병력을 배치하는 등 미-독 정상회담이열리는 정부청사와 부시 대통령이 연설한 의사당 등 주요 건물 주변을 삼엄하게 경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묵고 있는 호텔 아들론 주변을 비롯해 베를린 주요 지역에는 이미 600여명의 미국측 경호요원들 배치돼 있으며 부시 대통령이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 베를린 상공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 운항이 금지된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