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의 하락(원화 강세)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같은 하락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외환당국은 엔화와 원화 환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고 보고있다그러나 당초 올 상반기중 환율을 1천2백80원~1천3백원 안팎으로 잡고 경영계획을 짰던 기업들은 원화 환율이 1천2백50원대로 급락함에 따라 이미 경영계획상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하락하나=최근 대내외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미 달러화 약세"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상대국측 요인보다는 미국에서 제공해주는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지난 90년대초에 이어 "쌍둥이 적자(twin deficit)"가 재현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이미 미국의 무역적자가 한계수준을 넘어섬에 따라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책당국자들의 잇따른 환율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도 한몫하고 있다. 원화 환율하락을 통해 경기를 진정시키지 않겠냐는 인식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최근 원화 환율은 우리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해 원화 환율의 하락세를 부추겼다. 너무 빠른 것이 문제=국내 경제여건이 개선될수록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최근의 원화 환율하락세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원화 환율은 3.0% 가량 급락했다. 반면 엔화 환율은 2.0% 하락했다. 대만과 싱가포르 달러화 등 경쟁국 환율의 하락폭은 원화보다 덜하다. 더욱이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는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어 수출경쟁력 면에서 국내기업들의 타격이 크다. 아직도 원화환율이 "천수답(天水畓)" 구조여서 환리스크에 노출정도가 심한 국내 기업들에겐 단기간의 환율급락이 체감적으로 실제 하락폭보다 훨씬 큰 어려움을 주게 마련이다. 어디까지 떨어질까=외환당국과 시장참가자들은 최근의 원화 환율하락이 "미국경기 불안과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응백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일본이 엔고(高)에 따른 디플레 효과 때문에 엔화 환율을 달러당 1백20엔~1백25엔 이하로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엔화 강세에 따른 원화 환율하락 압력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참여자들도 원화 환율이 바닥권에 왔다는 데는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환율과 같은 가격변수의 속성상 최근처럼 원화 환율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과잉반응(shooting)한 점을 감안할 때 지지선으로 여기고 있는 1천2백50원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책은 없나=현 시점에서 외환당국의 대책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문제는 대책이 마땅치 않은 점이다. 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화 환율을 상승기조로 전환시키는 것은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와 물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는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달러매입을 통한 시장 개입이라는 직접적인 수단보다는 차선책으로 외화부채 상환을 앞당긴다든지,외자도입 시기를 늦춘다든지 해서 달러유입을 최대한 줄이는 한편,일정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통해 원.엔 환율이 적정선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외환당국이 이같은 대책을 미루다 실기하지 않고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고 외환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