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유 KT지분에 대한 주식공모가 끝남에 따라 KT가 마침내 공기업의 낡은 틀을 벗고 민영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는 것은 세계 초일류 통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부 지분의 '완전매각'과 '적정가격매각'이라는 두가지 목표는 충족됐지만 민영화이후 회사발전을 위해 필요한 '안정적인 전략투자자 유치'는 돌발변수로 인해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가 됐다고 볼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정통부는 삼성 LG SK등 3개 대기업을 염두에 두고 이들 3자간 '황금분할'을 통해 특정기업의 KT소유 및 경영권 획득을 불가능하게 만들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기습적인 대거청약으로 10% 안팎의 지분확보가 가능해져 1대주주가 될 예정인 반면 다른 두 그룹은 지분확보에 실패해 사외이사마저 추천할수 없게 됐다고 하니 예상밖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결국 정부가 바라던 전략적 투자가들의 상호견제 및 균형 구도를 만드는 일은 일단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SK텔레콤의 공격적 KT지분 매입에 대해 정부와 경쟁업체들은 비신사적 행위라고 곱지 않은 시선를 보내고 있지만 입찰전략과 관련된 문제로 SK측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무선통신사업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자가 KT의 1대주주가 되어 유선통신분야까지 지배하게 되면 통신업계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이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KT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빚어질수도 있다는 정부의 판단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내망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판이 이미 마련돼 있고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를 보완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운다면 이같은 부작용은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당초 지분율 3%미만의 기업에는 사외이사추천권을 주지 않기로 했으나 정관을 개정,사외이사 추천권에 필요한 지분조건을 낮추어 삼성 LG 등이 사외이사로 참여할수 있는 길을 열어줄 계획이라고 들린다. 이같은 방침은 나름대로 명분과 논리가 있다고 보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 정부가 앞으로도 민영화된 기업에 계속 간여하겠다는 의도라면 이는 민영화 취지에 역행하는 발상이 아닐수 없다. 이번 정부지분의 완전매각을 계기로 KT는 말뿐만이 아닌 글자 그대로의 명실상부한 민영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