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이사회가 채권단의 분할방안을 승인함으로써 일단은 정부와 채권단, 하이닉스가 힘을 모아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경쟁력 없는 사업을 분리해 정리하거나 매각한다는 기본방향에 3자가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자산 13조원(총부채 8조4천억원)의 덩치로는 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기대하기 어렵다는 공통된 인식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분할과 매각의 세부방안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 이사회 승인배경 회사측은 어차피 그동안 비메모리사업 분할매각과 LCD 사업매각을 추진해 왔던 만큼 분할과 매각이라는 채권단의 기본방향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독자생존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었던 방안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었다. 이날 채권단이 이사회에 제시한 방안에는 구체적인 분할과 매각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아 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는 점도 작용했다. 향후 전문기관의 실사를 거쳐 세부방안을 정한다는 내용인 만큼 굳이 반대할 명분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채권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구조조정특별위원회가 법으로 정해진 회사내부절차를 무시하고 분할과 매각을 추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사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회사측은 원칙적인 내용을 다시 확인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이 이사회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반대여서 앞으로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하이닉스 이사회의 분할안 동의는 법정관리에 안가고 처리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면서 "이는 독자생존안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사회와는 정반대의 해석이다. 분할 이후 어떤 식으로든지 메모리부문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지만 '독자생존 포기'는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분할 및 매각방법 채권단은 경쟁력별로 나누는 방법과 사업별로 나누는 방법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전문기관의 실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미리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과 회사측에서는 하이닉스를 △메모리(유진공장과 패키징 테스팅부문 별도 분할.분리 검토) △비메모리 △TFT-LCD △기타 비영업부문 등 크게 4개 부문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매각할지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주력사업인 D램 등 메모리부문을 매각하는 경우 독자생존은 물건너가게 된다. 매출비중으로 보면 메모리가 70%로 대부분이고 비메모리 15%, TFT-LCD 10%, 기타 비영업부문 5% 순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CB(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쳐 메모리부문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마이크론의 입장이 변수다. 재매각은 매각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한번 밟는 꼴이 된다. 또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노조와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 4월말 이사회에 제출했던 방안보다 더 큰 규모의 채권탕감 등을 추진할 경우 제2금융권의 반발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