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업계의 3대 거물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샌디 웨일 씨티그룹 회장,모리스 그린버그 AIG회장이 후계자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다. 타고난 통찰력과 카리스마로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그들도 이젠 고령(高齡)으로 사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들의 행보가 월가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이들이 이끌고 있는 기업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3사의 시가총액은 5천억달러를 넘어 미국 톱10 금융업체 시가총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최고 경영자가 갖는 개인적인 역량까지 감안한다면 후계문제는 세계금융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중대사안이다. 버핏 회장은 올해 71세. 자신이 세운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의 주가를 4천배로 끌어올리고 많은 고객들을 백만장자로 만들어 '투자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대안'이 없어 최근 열린 주총에서 "냉동 인간이 되어 훗날 다시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주주들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죽은 후 진취적인 회사의 문화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불안해 했다. 세계최대 보험사인 AIG의 그린버그 회장은 77세로 가장 나이가 많다. 좋지 못한 건강탓에 조만간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후계구도를 명확히 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7명의 임원을 차기 대권후보대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월가에선 후보들이 수준미달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동료와 공동 창업한 리서치회사를 미 최대 금융업체인 씨티그룹으로 키운 웨일 회장도 후계문제로 머리가 복잡하다. 올해 69세로 다소 '여유'는 있지만 아직 재목감을 찾지 못했다. 그는 연초 소비자부문 총책임자인 로버트 윌럼스타드를 신임 사장에 앉혔지만 윌럼스타드가 웨일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씨티그룹내에서 웨일 회장만큼 도·소매금융 양방면에 정통한 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 월가의 영웅들은 자신이 일구어온 '제국'을 지킬 황태자를 낙점하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 세기의 경영자 잭 웰치 전GE회장이 지난해 제프리 이멜트를 후계자로 선정했을 때 "나의 생애중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