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함에 따라 국정운영 시스템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선 여당과 야당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됐다. 정부로선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기존의 여당인 민주당보다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과의 정책협의에 더 신경쓰야할 처지가 됐다. 청와대는 김 대통령의 민주당탈당을 계기로 기존의 고위당정회의를 대체할 기구를 정치권에 제안할 방침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각 정당과 관련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각정당.정부정책협의회"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청와대=청와대측은 김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기존 국정운영의 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지금은 어느때보다 안정이 필요한 때"라면서 김 대통령은 정치에 초연한 입장에서 경제현안 챙기기와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등 국정현안 처리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제2당인 민주당,제3당인 자민련과 동등한 협의를 거쳐 차질없이 국정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순조롭게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당이 당리당략을 떠나서 국정운영에 협조해줘야 한다는 대전제가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가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으로 국정운영에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치권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면 큰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경제와 사회정책 등을 결정할때 정치적으로 고려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염려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각 정당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정책을 처리하려 들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대통령 "탈당"의 사전정지 작업으로 최근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하는 고위당정회의를 폐지했다. 부처별 당정회의마저 없애기로 한 상태다. 정부부처=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이후의 변화된 상황에 대해 "협력파트너로서 여러개의 당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 부총리는 "김 대통령의 탈당은 민생과 경제 문제에만 몰두하겠다는 뜻"이라며 "정치와 경제는 엄연히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보채 국회동의안,대부업법(대부업의 등록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등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여야의 확실한 협조로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 현안은 5월 임시국회에서 대통령 탈당이후 정부가 각 정당으로부터 얼마나 협조를 얻으낼수 있을까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당장은 국회와의 관계정립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각당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함께 협의를 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정책추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에 파견나간 경제관료들의 향후 진로도 관심이다. 민주당에는 김영용(재경부) 이우철(금감위) 배철호(예산처) 이현재(산자부)전문위원 등의 관료들이 나가 있는데,이들은 모두 퇴직한 후 당으로 옮긴 상태다. 이들이 원래 부처로 복직하기 위해서는 장관이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해줘야 하는데 대통령이 당을 떠났기 때문에 원대복귀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영근 현승윤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