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자동차운송 사업부문 원매자인 유럽의 빌헬름센-발레니우스(WWL)컨소시엄이 현대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운송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현대차-현대상선간 장기운송계약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현대차의 신설법인 출자문제가 매듭지어짐으로써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사업 부문 매각협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3일 현대차와 현대상선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일 WWL측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3자 협상을 갖고 △장기운송 계약 △자동차운송부문 신설법인에 대한 현대차의 지분 참여 등을 논의했다. 이날 협상에서 현대차는 수출물량의 안정적 수송을 위해 WWL측이 세우게 될 자동차 운송부문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 참여를 요구했고 WWL측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일단 20% 정도의 출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확한 규모는 추후 실무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WWL측은 현대차의 출자를 허용하는 대신 △현대·기아차 수출물량 1백% 확보 △운송계약 기간 5∼7년 △현 운임 유지 등 3개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현대상선의 자동차운송사업 인수의사를 밝혔던 WWL은 그동안 실사를 끝내고 현대차-현대상선 장기운송계약 체결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배선권(운송선박을 지정할 수 있는 권리)과 신설법인에 대한 출자등의 문제로 협상이 진통을 겪자 현대차와 직접 협상을 갖게 됐다. 양측은 신설회사의 자본금과 운영자금 조달,수익모델 정비 방안 등을 놓고 오는 6일부터 실무협상을 열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협상을 일괄 타결지을 방침이다. ◆현대차 왜 출자하나=현대차가 신설회사에 지분참여를 요구해온 것은 연간 1백5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운송 차질'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WWL측이 각종 사정을 이유로 수송을 거부하거나 무리한 수송조건을 제시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WWL측은 당초 현대차의 지분 참여를 탐탐지 않게 생각했지만 5년이상의 장기계약에 수출차량 1백% 수송만 보장된다면 현대차와 컨소시엄 구성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현대차가 갖게 될 지분 규모다. 현대차는 최소한의 방어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WWL의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채권단의 신규 출자나 현대차와 WWL의 이면 계약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숨 돌린 현대상선=현대상선은 지난 1·4분기 1조2천8백억원의 매출액과 5백4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상태가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과다한 부채만 줄이면 정상화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자동차 운반선이 매각되면 1조7천억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해 우선 9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대부분 갚을 계획이다. 금융권 부채도 단기 기업어음(CP)은 물론 산업은행의 신속인수 회사채 6천7백억원어치도 전액 상환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운송사업 부문이 떨어져 나가면 매출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컨테이너선 등을 중심으로 수익위주의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