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로봇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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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란 말은 1920년에 생겼다.
'일하다'(rovota)란 뜻의 체코어였으나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가 사람의 지배를 받던 로봇이 지능과 감정을 갖게 돼 인간을 멸망시킨다는 내용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vots)를 발표한 뒤 '인조인간'으로 변용됐다.
오늘날의 로봇이 나온 건 60년대부터.
62년 미국 유니메이션사에서 산업용 로봇을 내놓은 게 시초다.
로봇은 이후 자동ㆍ조종ㆍ자율형의 단계로 발전했다.
자동형은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산업용에 쓰이고,조종형은 멀리서 컨트롤하는 2세대 로봇으로 우주나 해저 탐사, 화재 진압, 폭발물 제거 등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일에 사용된다.
자율형이란 정황을 알아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는, 이른바 AI(인공지능)로봇이다.
종래엔 산업용 자동로봇이 많았으나 자동제어 기술 및 원격조종술에 이어 나노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 로봇과 마이크로로봇이 늘어나고 있다.
98년 캐나다 텔보틱스사가 화상회의용 로봇 '텔봇(Telbots)'을 선보인 데 이어 2000년엔 일본 소니사가 50개의 단어를 인식, 사람 목소리를 흉내내는 로봇개 '아이보(AIBO)'를 내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도 술잔에 술을 따를 줄 아는 '센토(CENTAUR)'를 개발했다.
90년대엔 또 세계 최초로 길이 12.4㎜짜리 초소형로봇 '무슈'에 이어 미국 MIT에서 인체내 미세수술용으로 개발한 마이크로로봇 '엔더봇'도 발표됐다.
미국 뉴욕주립대 생리학연구팀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로봇쥐 '랫봇(Ratbot)'을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쥐의 신체 조건반사 요인을 없애고 대신 뇌와 수염에 전극을 이식한 뒤 리모컨을 이용,조종하는 것으로 붕괴된 건물에서 인명을 찾는 등의 위험한 일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어디까지 대신해줄 수 있을 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랫봇은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생쥐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보인다.
실험용으로 우주에 데려간 원숭이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지배한다는 영화 '혹성탈출'이 문득 떠오르는 건 너무 지나친 상상일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