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3:31
수정2006.04.02 13:34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의 1일 검찰소환을 계기로 정치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여야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는 그야말로 `성역없는 정치권 사정'의 성격을 띨 것이란 관측속에 여당은 검찰의 수사범위가 어디까지 일지에, 야당은 권 전의원의 소환 배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민주당 = 권 전 고문에 이어 김방림(金芳林) 송영길(宋永吉) 설 훈(薛 勳)의원등의 검찰 소환이 예정돼 있고,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고문도 직.간접적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김방림 의원은 진승현 게이트에서 금감원 조사 무마 청탁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송 의원은 대우자판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설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측에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가 돈을 줬다는 폭로와 관련해 각각 소환될 예정이고김.정 고문은 2000년 경선 당시 권씨로 부터 돈을 받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특히 권씨에 대한 수사가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경우 당내 개혁.쇄신파 의원 상당수도 검찰 조사를 받게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미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자신의 자서전인 `우리는 산을 옮기려 했다'에서 "개혁파 리더로 자임했던 정동영 의원은 공천과정에서부터 당내 입지에 이르기까지 권 고문의 적극적이고 파격적 지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바른정치모임의 정동채, 신기남, 정세균, 천정배 의원 등 젊은 정치신인들에게 별도의 사무실을 내주고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그들이 당의 차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끼고 이끌어준 사람이 권 고문이었다"고 언급했었다.
이와 관련, 한 의원은 "검찰이 권 전 고문의 조사 불가피성에 대해 김근태 고문의 경선자금 폭로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안다"면서 권 전 고문의 정치자금 전반에대한 수사가 전개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의원은 "여권내에서 권 전 고문의 정치자금을 받지 않은 사람이누가 있겠느냐"며 "권 전 고문의 정치자금은 당의 돈이지, 개인 돈은 아닌 것으로봐야 한다"고 말해 진승현 게이트에 국한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 주변에서는 소위 `검란'을 딛고 출범한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 월드컵 개막전인 이달 초.중반 집중적인 정치권 사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 검찰의 권 전고문 소환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소환에 담겨있는 숨은 의도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권씨는 대형 권력비리사건때마다 단골로거명돼왔고 최규선 게이트의 몸통이 김홍걸씨와 권씨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권씨 연루설이 나돈 모든 비리 의혹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행여나 5천만원 수뢰건 만으로 권씨를 경벌하고 그것을 정치권 기획사정의 구실과 명분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또 시선을 분산시켜 대통령 아들 3형제 비리를 축소.은폐.미봉하려 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경계감을 표시했다.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한 측근은 "진승현 게이트가 터진지 꽤 오래됐는데 뒤늦게 권씨를 소환하는게 의아스럽다"면서 "음모론적으로 보면 권씨 구속으로 대통령세아들중 일부를 보호하려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권씨가 대통령을 위해 희생하라면 모르겠지만 아들들을 위해 또희생하라면 순순히 응하겠느냐"면서 권 전고문의 반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권씨가 16대 총선과 민주당 전당대회때 사용한 정치자금 수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이기에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서 "진승현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해 끝내려는 의도"라고 `면죄부 수사론'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명재 총장체제 출범과 함께 국민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과거처럼 권력실세들의 비리를 덮지않고 혐의가 있으면 정공법으로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의지"라며 사정칼날이 야당으로 향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핵심 당직자는 "권씨는 현 정권의 정치자금을 주물러온 대표적 인사인 만큼 권씨가 입을 열 경우 정치권에 빅뱅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진승현씨가 16대 총선당시 여야구분없이 모교인 K대 출신 후보들을 지원했다는 설도 있는 만큼 후원금 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야당의원 일부도 다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여권 핵심부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선후보의 출범과 함께 정권재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동교동계 핵심인사들에 대한 정리작업에 돌입한게 아니냐는 정치적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자민련 = 민주, 한나라 양당과는 달리 최근 각종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린당 관련 인사가 없었던 만큼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 사정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틈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당의 상황을 감안, 이번 사정이 정계개편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권 전고문은 현 정권들어 각종 게이트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왔던 만큼 검찰이 철저히 수사, 국민적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정치권부정부패에 대한 검찰수사가 여야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엄정하게 이뤄져 정치가 부정부패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권 전고문 수사를 계기로 야당에 대한 정치권 사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어떤 형식이 됐든 정계개편의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도 넓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DJP 연합정권 때도 우리 당은 정치자금 등에서 소외돼왔다"면서"자금난에 허덕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번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자민련엔 별다른 영향을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khg@yna.co.kr ash@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안수훈 추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