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기업정책에 있어서도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다. 노 후보가 기업을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뿌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여느 정치지도자와 다름없다. 그런 만큼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불필요한 규제는 가급적 풀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경유착 시절 만들어졌던 독점시장의 폐해는 막아야 한다"며 불공정한 시장질서에 대한 반감은 큰 편이다. 따라서 기업활동과 관련한 행정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이되 출자총액제한과 같은 대기업집단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에 대한 소액주주의 집단소송제 도입에도 찬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기업적'이란 의심을 받는다. 노 후보는 이에 대해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도 늘고 세금도 많이 걷히고 모두가 넉넉해질 수 있어 기업에 대해선 우호적"이라고 강변하고 "다만 기업도 페어플레이를 하고 사회적 책임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 대기업정책 =노 후보는 일관되게 대기업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재벌개혁이 중단돼선 안된다" "재벌개혁없이는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해 왔다. 초선때인 지난 88년에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재벌은 해체돼야 한다. 재벌총수와 일족이 독점한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 노동자에게 분배하자"고 주장해 이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색깔론' 공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뀐 지금은 △출자총액제한 유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대기업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대기업개혁의 핵심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경기지역 경선에선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는 이들 규제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무리가 있는 제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재벌들의 형태가 바뀔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늘리는 데도 반대한다. "대기업 집단의 은행소유는 결국 문어발식 과잉투자로 연결될 수 있고 또다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논리다. 집단소송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다른 부문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 공공부문 민영화 =노 후보의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입장은 두갈래로 나눠져 있다. 예컨대 한국중공업과 포항제철의 민영화엔 찬성하지만 철도 민영화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 후보는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소유구조를 바꾸는 것 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다"면서 "특히 철도 발전 가스와 같은 공공재를 민영화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도를 민영화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노선이 폐쇄되거나 요금이 오를 수 있어 공공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은행 민영화의 경우도 기본적인 방향엔 동의한다. 그러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돈을 빌려갈 쪽이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을 장악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