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골프] 문웅곤 <아트인 사장> .. 한쪽 발로 230야드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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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가 없어도 골프를 할 수 있을까.
평지도 아닌 산길을 4∼5시간 걸어야 하는데….
골프스윙에서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실내건축 인테리어업을 하는 문웅곤 아트인 사장(47)을 만나러 가면서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태어나자마자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쓰지못하게 됐다는 문 사장을 서울 강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났는데 그는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했다.
왼쪽 다리로만 뛰어다니는 게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핸디캡이 어느 정도냐고 물었더니 "보기플레이를 한다. 베스트스코어는 최근 리츠칼튼CC에서 기록한 80타"라고 대답했다.
스코어를 대충 기록해서 그러려니 생각했으나 그는 "그립을 뺀 퍼터길이 정도의 '기브' 외에는 모든 스코어를 정확하게 기록한다"고 말했다.
문 사장은 드라이버샷 평균거리가 2백30야드에 달한다고 했다.
믿기 어려워 실제로 연습장에서 샷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더니 그는 여느 골퍼보다 훌륭한 스윙폼으로 볼을 쳐냈다.
곧게,그리고 정확하게 날아가는 볼을 보고 기자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문 사장은 골프를 시작한지 2년4개월이 됐다.
입문 배경에는 친구들의 오랜 권유가 있었다고 했다.
지난 99년 12월 연습을 시작해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프로나 골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붙잡고 하나라도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팔로만 스윙을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 고수들의 조언을 내 것으로 삼는 작업을 열심히 했지요."
라운드는 카트가 있는 골프장에서만 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골프장은 카트가 페어웨이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샷은 항상 카트쪽을 향해 날아간다.
"내 경우 친 볼이 카트와 가장 가까운 곳에 떨어져야 '굿샷'입니다. 카트 반대편으로 볼이 가면 사실상 그 곳까지 걸어가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나를 위해 페어웨이에 카트 진입을 허용해준 리츠칼튼과 우정힐스CC를 자주 갑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생(문성곤씨)은 형을 돕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
형을 부축해 볼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키고 형이 벙커샷을 하고 나오면 재빨리 정리를 하는 '제2의 캐디'가 된다.
항상 같이 다녀 '문 브러더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문 사장은 장애인이라 진행이 늦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연습스윙을 절대로 안한다.
또 퍼팅그린에서 한쪽 다리로 걸으면 잔디가 상할 수 있어 발을 고정하고 몸으로 스탠스를 조정한다.
그는 "장애인들은 정상인보다 더 골프장을 아낀다. 골프장측에서 장애인들에 한해 페어웨이로 카트 진입을 허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