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3:29
수정2006.04.02 13:30
소설가 최인호씨의 중.단편 전집 전5권(문학동네.각권 8천5백원)이 출간됐다.
최근 장편소설 '상도'로 화제를 일으키며 녹슬지 않은 필력을 과시한 그의 문학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최인호 문학의 특징은 젊음이다.
그는 술집 여자 경아에서 구한말 선승 경허, 조선시대 상인 임상옥까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폭넓게 다루며 놀라운 탄력성을 자랑한다.
작가 스스로 서문에서 밝혔듯이 '평생 작곡을 하면서 어떨 때는 웅장한 심포니를, 어떨 때는 달콤한 세레나데를, 때론 실내악과 오페라도 작곡하듯 단편이든 대하소설이든 시나리오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최씨는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스님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번에 출간된 중.단편 전집은 대표작 '타인의 방' '견습환자' '황진이' '깊고 푸른 밤' 등을 담고 있다.
최씨는 상업주의란 원색적인 비난과 탈권위주의란 우호적인 평가 속에서도 독자의 감수성에 호소하는 현란한 글쓰기로 스타 작가의 위치를 지켜왔다.
그는 특히 한 가지에 집착하지 않고 끝없이 탈주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유목민 기질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발표된 '타인의 방'의 경우 산업사회의 인간 소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목받았다.
일상의 권태를 폭로한 '식인종', 윤리의 붕괴를 다룬 '침묵의 소리', 폭력의 맹목성을 비판한 '미개인', 개인적 진실의 무용성을 말한 '조서' 등도 시대의 모순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주제의식 강한 작품이다.
이들은 이상적인 세계관을 상실한 사람의 허무를 공통적으로 깔고 있다.
최씨는 모더니즘이 구체적인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을 즈음 그것이 야기한 풍속과 심리의 변화를 날렵하게 포착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는 서울 출신으로 시대적 흐름의 최전선에서 세상과 대면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반영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