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간은행들이 외국은행 및 기업들에 빌려준 대출금(해외자산)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불량채권에 발목을 잡힌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ROE) 유지를 위해 해외자산을 계속 매각하거나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 민간은행들의 해외자산은 지난 2월말 현재 62조2천억엔으로 버블 붕괴 직후인 1991년말에 비해 63% 급감했다. 해외자산중 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금은 27조7천억엔으로 같은 기간동안 60% 감소했다. 은행들이 해외지점에서 보유하거나 외국 금융기관에 맡긴 현금 및 예금도 91년에 비해 80% 격감,10조엔에 머물렀다. 유가증권 보유액은 2월말 현재 5조4천억엔으로 같은 기간동안 30% 줄어들었다. 일본 은행들의 해외자산 감소에는 국제 금융계의 시각변화 등 외적 요인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은행들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높은 신용을 바탕으로 구미시장에서 대규모 저리자금을 조달,대출재원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97~98년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홋카이도타쿠쇼쿠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무너지자 자금조달줄이 대폭 좁아졌다. 이로 인해 추가 금리(재팬 프리미엄)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은행들은 앞다투어 해외대출 억제에 나선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은행들이 불량채권 처리손실로 발생한 자기자본 비율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해외자산을 추가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개 민간은행이 불량채권 상각처리로 떠안은 손실은 지난 3월말 현재 7조8천억엔에 달했으며,이로 인해 4조1천억엔의 적자가 발생했다. 일본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은 미쓰이스미토모의 11%대 후반을 비롯 4대 금융그룹이 모두 10% 이상을 주장하지만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8%에 크게 미달한다는 비판이 일본내에서도 적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해외자산 감소는 풍부한 자금을 앞세워 국제 금융시장을 주물렀던 일본 은행들의 위상후퇴를 말해주는 것으로 일본경제의 추락과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